인공지능(AI) 기술은 과연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까? 우려는 높지만 AI가 고용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AI시대의 노동’을 주제로 개원 36주년 기념세미나를 열었다.
“AI, 10% 이하 일부 과업 대체해
인간노동과 직무보완적 관계”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안젤리카 살비 델 페로(Angelica Salvi Del Per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 자문관은 “AI의 등장으로 자동화 위험이 크다고 보고되지만 현재까지 AI 활용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노동자들의 업무 성과와 일자리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연구자들도 AI가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성AI인 챗GPT 노출도와 지역고용조사를 연계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에서 AI가 증강하는(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잠재력을 가진 취업자는 15.9%이고 (AI가 업무를) 자동화할 잠재력을 가진 취업자는 9.8%”라고 분석했다. GPT 노출도는 직업의 과업이 GPT에 의해 자동화할 수 있는 정도를 파악한 수치다. 수치가 높을수록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 이후 구인공고 260만여 건을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에 연계해 분석한 결과 AI 기술을 도입한 사업체는 전체의 4∼5% 수준이며, 1천명 이상 대기업의 AI 도입률은 40%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은 AI 도입이 기업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AI가 노동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10% 이하의 일부 과업(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개별적인 작업 또는 활동)을 대체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현재 AI와 노동 간의 관계는 직무보완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채용·인사·노무지휘·고용종료하는 AI
사용자 책임 회피되지 않도록 양벌규정 부여해야”
다만 노동시장에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발생할 문제에 대비해 법·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가 사용자의 채용·인사·노무지휘, 고용종료에 관한 권한 등 사용자를 대신한다면 AI 행위를 ‘사용자 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양 부연구위원은 “AI에만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노동법과 민·형사상 책임을 사용자가 회피할 우려가 있고 근로자 보호는 형해화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AI의 민·형사 책임을 위한 전자인격 부여가 인간의 책임 회피가 되지 않도록 연대책임과 양벌규정 부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가 가져올 일의 세계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정부와 국회가 치열하게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모든 전환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전환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과 위험을 부담하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혜택과 위험 부담을 적정하게 조정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