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임금교섭, 7년의 단체교섭, 노동위원회에서 확인한 6건의 부당노동행위. 올해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나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네 번째 오르는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관계 상황이다. 이 회사 대표는 2018년과 지난해에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데 25일 종합국감에도 나온다. 2021년에는 안경덕 당시 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불려갔다.
국회 호통, 특별감독에도 버티는 사용자
21일 환노위에 따르면 25일 열리는 노동부 대상 종합국감에 프란츠 브루노 디디에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장기간 이어진 노사갈등에 대한 회사 책임을 묻기 위해 야당이 증인 채택을 주도했다.
발렌타인·로얄살루트 같은 주류를 유통·판매하는 프랑스 기업인 이 회사 노사갈등은 2016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해 취임한 장 투불 사장은 임금교섭에서 동결안을 제시했고 페르노코리아임페리얼노조(위원장 이강호)는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듬해 7월 시작한 단체교섭에서 회사는 노조 총회와 대의원대회 보장 시간과 같은 노조활동 줄이는 안을 제시했다. 교섭을 앞두고 팀장의 노조가입을 중지시키고 단협을 해지하는 방안을 준비한 사실을 노조가 확인하고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2018년 국감에 장 투불 대표가 증인으로 불려 나온 뒤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했다. 노조 지배·개입, 노조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 부당노동행위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사측은 2019년 1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면서 명예퇴직을 거부한 이강호 위원장을 15개월 동안 대기발령했다. 2020년 4월 복귀한 이 위원장에게 회사는 좁은 회의실에 책상과 컴퓨터 하나를 주고 직무전환 교육을 시켰다. 2021년 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다시 불려 나온 장 투불 사장은 청문회가 끝난 뒤 페르노리카 싱가포르지사 대표를 맡아 한국을 떠났다. 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지만 한국에 없던 그는 처벌받지 않았다.
2021년 7월 프란츠 호튼 대표가 부임한 뒤에도 갈등은 증폭했다. 같은해 9월 회사는 단협 해지를 노조에 통보했다. 노조가 단협상 노조활동 보장 조항을 지키기 위해 싸워 왔다는 점에서, 사측의 단협해지 통보는 노사갈등을 줄일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증표로 읽혔다. 임금인상률 0% 제시안도 변하지 않았다. 2022년 11월 회사 본사를 이전하며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자 노조는 로비에 텐트로 임시 사무실을 만들어 농성했다. 결국 지난해 환노위 국감에서 불려 나온 프란츠 호튼 대표는 교섭을 성실히 진행하고, 노동부 중재도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중앙노동위가 나선 조정도 사측이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결렬했다. 노조 위원장에게 연간 85일(680시간)의 노조활동을 인정한다는 것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최종 입장이다. 기존 단협상 타임오프 한도는 1천500시간이었다.
노조활동 보장 요구하니 단협해지
노조 위원장은 1년째 무급 노조활동
조정과 협상 결렬로 이강호 위원장은 지난해 10월30일부터 급여를 받지 못하고 노조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며칠 뒤면 1년이다. 올해 국감 증인에 프란츠 호튼 대표의 이름이 올라가게 된 주요 배경이다. 야당은 국감에서 노조 사무실 미제공(박탈)이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하고 노동부에 신속한 조치를 주문할 예정이다. 프란츠 호튼 대표를 한국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페느노리카코리아 노사갈등은 국제 노동계도 주목하고 있다. 국제노총(ITUC) 관계자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이행 수준과 관련해 양대 노총과 논의하기 위해 이번주 워크숍 등의 일정을 가진다. 24일께 한국노총과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조 등과 간담회를 열고 노사갈등 현안을 점검할 계획이다. 페르노리카 본사가 있는 프랑스의 1노조인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도 한국노총과 해당 사건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