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
원고들은 부산지역에서 대리운전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사업주이고, 피고들은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기 위해 각 원고들과 동업계약을 체결했다. 원고들은 각자 대리운전기사를 모집한 다음, 대리운전기사와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운전기사의 휴대전화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었고, 이 사건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는 운전기사 ID를 발급해 주었다. 고객이 휴대폰으로 대리운전을 요청하면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사용해 고객의 대리운전 요청 정보를 대리운전기사들에게 공유하고 기사 배정을 공동으로 했다.
피고들은 원고들과 동업계약을 각 체결하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근무했다.
(1) 피고들이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개설한 가상계좌에 돈을 예치해야 하고, 원고들은 피고들 명의의 가상계좌에서 관리비, 보험료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수취한다.
(2) 피고들이 매일 대리운전 업무를 시작하려면 휴대전화에서 이 사건 프로그램에 접속해 실행해야 하고, 프로그램이 실행되면 피고들 명의의 가상계좌에서 원고들 명의의 계좌로 프로그램 사용료로 1일당 500원, 관리비로 1일당 3천원이 지급된다.
(3) 피고들이 대리운전 배정 요청에 응할 경우 그 가상계좌에서 원고들 명의의 계좌로 수수료를 1회당 3천원원을 지급하고, 대리운전 배정 요청에 응해 고객에 대한 정보 전체를 확인했다가 이를 취소할 경우 취소 수수료를 1회당 500원 지급한다.
(4)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는 대리운전 배정을 받는 경우 고객이 있는 장소로 이동해 고객을 목적지로 데려다준 후,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비를 현금으로 받거나 또는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받는다. 신용카드 결제의 경우 원고들은 가상계좌로 피고에게 각 신용카드 대금을 송금한다.
피고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해 설립신고증을 받았고, 원고들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원고들은 단체교섭에 불응하고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 주장 요지
피고들과 같은 대리운전 기사들은 원고들과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독립적으로 대리운전 영업을 하는 사업자일 뿐, 원고들과의 사용종속관계에서 대리운전 업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 피고들과 같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조직한 노동조합도 노조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들이 이 사건 노동조합을 대표해 원고들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피고들을 상대로 노조법상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않음의 확인을 구한다.
대법원 판결 요지
(1) 피고들이 각자 소속된 사업주 외에 다른 업체로부터 콜을 배정받았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가 자신이 소속된 사업주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주들로부터도 콜을 배정받은 것은 원고들이 고객의 콜 정보를 공유하고 기사 배정을 공동으로 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원고의 결정 여하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 콜을 배정받지 못하거나 배정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피고가 다른 사업주로부터 배정받은 콜을 수행해 받은 수입도 원고로부터 받은 수입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소득을 원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피고들이 배정받은 콜을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동업계약서에 따르면 대리운전 기사들이 원고에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 프로그램 사용료, 관리비 등의 액수, 대리운전 기사들의 업무 수행시 준수사항이나 받아야 할 교육 등을 원고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피고의 보수액은 대리운전요금에서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위 수수료 등을 공제한 금액이다. 이는 원고가 대리운전요금 액수를 결정한 상태에서 피고에게 콜이 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배정받을 콜을 쉽사리 거부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보수 역시 원고가 사실상 결정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대리운전 노무제공이 원고의 대리운전 영업에 필수적인 부분인지 여부
피고가 제공하는 대리운전 노무는 원고의 대리운전업 영위에 필수적이다. 피고는 원고를 통해서 대리운전시장에 접근하며 원고와 같은 대리운전업체를 통하지 않고 대리운전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4) 구체적 지휘·감독 관계의 존재 여부
이 사건 동업계약서에는 피고의 복장과 업무 수행시 준수할 사항 및 교육을 받을 의무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어 피고가 이를 위반할 경우 주의조치나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와 원고 사이에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 원고들이 피고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인지 여부
피고에게 노무제공의 대가를 지급하는 주체는 고객이 아니라 원고라고 봐야 한다. 대리운전요금은 고객이 카드 혹은 현금으로 결제하는데, 카드 결제의 경우 원고가 고객이 제공한 카드 정보를 이용해 대리운전요금을 결제한 후 피고에게 노무제공의 대가로 대리운전비 상당의 금액을 별도로 지급한다. 현금 결제 시에는 고객이 피고에게 대리운전요금을 직접 지급하지만, 이는 현장에서 대리운전 기사만이 현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으로 대리운전요금이 원고에게 귀속된 후 원고가 대리운전비를 피고에게 지급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상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골프장 캐디에 대해 “타인과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으며, 그 사용종속관계는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해 결정되고, 그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 한 노조법상의 근로자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는 법리를 세웠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0누1731 판결, 대법원 1993. 5. 25. 선고 90누1731 판결)
이후 용역업체에서 파견돼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방송연기자’(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철도역 내 매장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매점 등을 관리하며 물품을 판매한 ‘매점운영자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361 판결), 자동차판매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자동차 판매원’(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828 판결) 등 이른바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을 노조법 근로자로서 인정해 왔고, 이 사건 대상판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에 따르면 대리운전기사의 전국 종사자수는 16만4천명이고, 시장 규모는 2조7천672억원에 이른다. 이 사건 대상판결은 위 16만4천명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자신들의 조직 즉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사건 대상판결을 계기로 아직도 노동 3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많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