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 공동기획

윤석열 정부가 ‘미조직 노동자’를 주목한다. 생경한 일이다. ‘조직’의 반대말인 미조직은 노동운동의 언어다.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 더 정확히는 사용자와 정부의 개입과 방해로 노조를 조직할 수 없는 노동자를 포괄하는 단어였다. 윤석열 정부는 이들을 다시 ‘노동약자’라 부르며 조직노동자를 강자로 규정해 사이를 가르려 한다. 지향은 명료하다. 이들을 미조직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의 지향은 뭘까. <매일노동뉴스>가 민주노총의 전국 미조직 노동자 노동환경실태 정기 설문조사를 맞아 함께 미조직 노동운동 속으로 들어가 봤다. <편집자>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

윤석열 정부는 올 5월부터 노동약자 지원법(노동약자법)을 추진하겠다면서 온갖 요란을 떨고 있다. 기존 노동조합은 거대노조라 노동약자를 대변하지 못한다며 정부가 직접 보호에 나선다고 한다. 지난해 1월 노동개혁,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흔들림 없는 전진을 하겠다던 고용노동부의 업무추진계획은 이젠 미조직노동자를 노동약자라 호명하며 미조직근로자지원과까지 신설해 노조 없는 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미조직은 사전적 의미로 아직 조직돼 있지 않거나 미처 조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조직노동자는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있지 않은 노동자다. 미조직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함께하기 위한 사업은 당연히 노동조합으로서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핵심사업이다. 민주노총 주요 가맹조직과 16개 지역본부는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부서와 담당이 있다. 창립부터 지금까지 전략을 세워, 기금을 거출해 미조직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주로 비정규, 작은사업장 노동자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법치를 확립하겠다며 건설노동자를 건폭으로 몰아 탄압하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진짜 사용자와 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를 두 차례나 거부한 윤 대통령이 미조직노동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너무 뻔하다. 미조직노동자는 노동약자고 조직노동자는 강자라는 등식, 즉 노동조합은 강자라서 그간 성장의 과실을 잘 받아먹었다는 구시대적 발상과 함께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걸 막고 싶은 것이다. 솔직하게 노동조합 조직률과 교섭력이 높아지는 게 싫다는 본심을 말하면 된다.

그런데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단계별 적용과 중대재해의 획기적 감축 계획은 어디 갔는지? 포괄임금 오남용과 임금체불을 근절하겠다는 계획은 무엇인지, 임금체불이 역대 최대규모를 갱신하는 원인은 무엇인지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그토록 중요하게 말했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어떤 정책을 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노동약자를 위한다며 전국 6개 권역에 설치한 이음센터가 노동상담 외 노동약자 이해대변을 위해 어떤 사업을 했는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는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저출생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며 다양한 직업군의 생겨나고 있다. 한 회사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청년은 투잡·쓰리잡·포잡을, 고령노동자는 낮은 질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찾아 입직과 이직을 반복하고 있다.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환경도 여전하다. 파견직, 계약직, 초단시간 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850만명을 헤아리는 3.3 노동자. 다양한 고용형태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해답이다.

헌법에서 보장하듯 국가의 책무는 일하는 사람에게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노동법이 아닌 별도의 법을 만들어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은 ‘노동약자’에게 노동자성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노동자성을 추정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표준계약서, 공제회보다도 ‘오분류’로 인해 배제된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사각지대 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적용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노무제공자 고용·산재보험 적용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다. 잠자고 있는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진정한 노동약자를 위한 방안이다.

‘삶을 지키는 최선의 선택 노동조합’
민주노총이 오랫동안 미조직노동자를 만나러 갈 때 쓰는 말이다. 노동약자 지원의 답은 정부의 시혜적인 정책이 아니라 바로 노동조합이다. 사업장으로 노동조합 하기 어려운 5명 미만, 작은사업장 노동자·호출노동자·특수고용직·프리랜서·플랫폼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더 많이, 더 쉽게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을 위해 법제도를 정책 개선에 나서는 것이 진정한 노동약자를 위한 사업이다. 민주노총은 언제나 그렇듯 미조직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선택, 노동조합을 권하고 함께할 것이다.

키워드

#미조직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