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로레알코리아·샤넬코리아 등 명품을 판매하는 노사가 첫 산별협약을 체결한다. 백화점·면세점에서 화장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노동자들은 내년부터 감정노동 수당·휴일을 보장받을 전망이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와 다국적 화장품·의류 브랜드 7개사(로레알코리아·록시땅코리아·부루벨코리아·샤넬코리아·클라랑스코리아·하이코스·한국시세이도)는 이런 내용의 산별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고 3일 밝혔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가 산별로 전환한 이후 5년 만에 맺는 첫 단체협약이다. 협약식은 11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첫 산별협약 방점은 ‘감정노동’

노조와 명품 브랜드 7개사는 지난 2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교섭을 10차례를 진행한 끝에 최근 합의점을 찾았다. 교섭엔 7개사의 인사 담당자 14명과 노조 집행부·지부장들이 참여했다.

노조가 첫 산별교섭 화두로 꺼낸 것은 감정노동이다. 교섭 과정에서 샤넬코리아가 ‘감정노동자’라는 단어를 인정하지 않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기도 했다.

산별협약 잠정합의안에는 △현장의 감정노동 보상과 보호를 위한 감정노동 수당(월 2만원)과 휴일(연 1일) △산별노조 조합 활동시간 보장(대의원 및 중앙위원회 수의 120% 범위 내 유급) △고객응대 노동자 보호 메뉴얼 조력 등이 담겼다.

노조는 서비스업 감정노동을 노사가 함께 조명하고 보호방안을 명문화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백남주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비스업은 숙련이 필요 없는 노동이 아니라 고객을 대면하는 기술을 향상하는 노동”이라며 “산별교섭에서 백화점·면세점 노동자의 숙련을 이야기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백화점·면세점 원청, 교섭에 나와야 완성”

노조는 지난해도 산별교섭을 요구했으나 1개사만 참여 의사를 밝혀 무산됐다. 김소연 노조 위원장은 “다국적 기업들이 많은데, 자국에선 산별교섭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사용자단체가 따로 있었던 게 아니라 처음으로 집단교섭을 만들어낸 것 자체로 엄청난 의미”라고 말했다.

7개사는 산별협약에 따라 고객응대 노동자 보호 안내문을 게시해 달라고 백화점·면세점에 요청할 예정이다. 노사가 공동으로 백화점과 면세점에 감정노동 보호를 요청하는 데 의미가 있지만, 노조는 실질적 사용자인 백화점·면세점이 교섭에 들어와야 실효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고객과 갈등이 생기면 회사들은 멀어서 오지도 못한다. 결국 우리를 즉각적으로 보호해 줄 사용자가 누구냐의 문제”라며 “입점업체 노동자지만 같은 직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백화점·면세점이 노동자 보호방안을 함께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백화점·면세점이 노동자 보호방안을 음성으로 송출하거나 문서로 게시하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도 보호받을 수 있다.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 백화점·면세점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조는 지난해부터 롯데쇼핑 등 12개 백화점·면세점 법인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12개 백화점·면세점 법인이 교섭을 거부하자 노조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노동위원회는 초심과 재심 모두 백화점·면세점 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조합원의 근무스케줄은 입점업체가 결정하기 때문에 백화점과 면세점은 사용자로 보기 어려워 교섭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구제신청을 기각한 것. 이에 불복한 노조는 지난 6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백화점과 면세점은 입점업체 소속 판매노동자들과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는 노동위원회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요구다. 법원이 백화점·면세점에 대해 입점업체 판매노동자의 공동사용자로 판단할 경우 산별교섭 테이블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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