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 노조조직률은 2016년 초부터 2021년 말까지 약 6년간 증가 추세를 보였다. 21세기 들어 국가 수준에서 노조조직률이 이렇게 오랫동안 증가한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한국 역사를 보더라도 3년 이상 노조조직률이 뚜렷하게 증가한 건, 제대로 된 정부 집계가 시작된 1963년 이후 ‘1974년 초와 1978년 말 사이’, ‘1987년 초와 1989년 말 사이’에 이어 세 번째다. 역사적인 사건이다.
조합원 규모가 커졌으니 전임 또는 채용으로 노조활동에 전업으로 종사하는 이들(종사자)도 늘었을 것이다. 노조 종사자는 노동운동 기획과 집행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무슨 특징이 있고 어떤 조건에 있는가는 노동운동이 어떤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직접 영향을 준다. 따라서 전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노조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침 마련에 초점을 두고 진행된 실태조사는 사실상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국가통계를 통해 노조 종사자 상황을 간접적으로 살펴봤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는 대한민국 행정권이 미치는 전 지역 모든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또한 다른 통계에서는 잘 제공하지 않는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세분류’ 항목에 관한 수치까지 제시한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는 ‘S.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 > ‘94.협회 및 단체’ > ‘942.노동조합’이라는 항목이 있다. 아래 <표>는 그에 대해 도출된 수치다.
노조 종사자 2021년까지 증가세
전국사업체조사를 통해 ‘노동조합’의 규모와 구성 변화 추이에 관해 다음과 같은 점을 확인했다. 첫째, 노조활동에 전업으로 종사하는 이들은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다소 왔다 갔다 하긴 하나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통계에 따르면 2016년 5천173명이었다가 2021년에는 8천436명이 됐다. 특히 2017·2019·2021년에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2022년에는 전년보다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줄었는데, 이게 추세의 반전인지 일시적인 감소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둘째, 성별로 구분했을 때 기업활동과 마찬가지로 노조활동에서도 여성이 체계적으로 소수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를테면 노동부 집계에서 2022년 말 기준 노조 조합원 중 여성은 27.8%인데, 위 <표>에서는 전체 노조 종사자 중 25.2%로 약간 줄어든다. 그런데 전체 노조 대표자 중에서 여성 비중은 6.8%로 급격히 감소한다.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 권한에 가까이 갈수록 여성이 소수화되는 경향성이 확인된다. 연령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노조 대표자의 고령화 추세가 두드러진다. 2016~2108년까지는 50대 이상이 59~60%가량이었는데, 2019~2022년에는 64~65%가량으로 약 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셋째, 조직체가 위치한 지역을 보면 서울 이외 지역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 지역 대 서울 외 지역의 비율이 2016년 약 ‘20 대 80’에서 2022년 약 ‘18 대 82’로 변했다. 종사자 비중으로 보면 같은 기간 서울 지역 대 서울 이외 지역이 약 ‘34 대 66’에서 ‘30 대 70’으로 변했다. 2022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서 전국 취업자 중 서울 취업자 비중이 약 18.0%인 걸 고려하면 노조 종사자는 상대적으로 서울에 몰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수가 종사하는 노동조합연합단체가 모두 서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가능한 결과기도 하다.
넷째, 조직체당 종사자 규모는 2016년에는 2.8명이었으나 그 후로는 3.0~3.7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종사자 4명 이하 소규모 노조에서 일하는 종사자의 비중이 40% 이상이다. 하지만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는 노조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다고 볼 수 있는 20명 이상 조직체 종사자 비중이 28~35%가량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편으로 2022년에는 노조 종사자수 절대 규모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조직체당 종사자수도 줄어들었다. 요컨대 2022년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노조 조직의 축소가 뚜렷했다.
여성·청년 대표자 육성 필요
노조활동가 고령화 대비해야
이상의 통계 검토 결과로부터 도출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조 종사자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공급이 대폭 강화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노조 종사자수는 50% 이상이 늘었다. 2023년 민주노총 사업보고서에서 확대 간부 수가 전임(상근) 간부(=종사자)의 12.4배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는 현재 9~10만명가량이 노조에서 임원·집행간부·대의원 등 간부 직책을 맡고 있고, 그중에서 3만명 이상은 신규 간부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들이 노동자를 충실히 대표하고 공익적으로 활동하도록 하려면 적합한 교육프로그램을 능동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4명 이하 조직체가 40% 이상인 현재 체계에서는 그러한 교육프로그램 공급이 부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노동운동이 지속적인 성장 추세를 유지하려면 여성과 청년 대표자를 육성해야 하고, 초고령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방침을 개발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봤듯 노조활동 내에서도 여성은 의사결정 영역에서 과소 대표되는 걸로 보인다. 최근 노조 조합원 증가 추세를 주도한 하위 집단이 40대 이상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조합원을 대표할 수 있는 지도자를 능동적으로 배출해야 한다. 청년도 마찬가지다. 위 <표>에서 20대와 30대 노조 대표자는 전체의 5%에 채 못 미치고 있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노동운동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내년에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아마도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형성됐을 한국 노동운동 활동의 원형은 사실 청년들에게 맞춤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연령이 많은 ‘신규’ 노조활동가의 특징과 조건을 찾아내고, 그에 맞춰 활동 양식을 개발하고 전파해야 한다.
노총·정부, 노조활동가 지원 책무 있어
아직 ‘추세’라고 확정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전국단위 조사에 기초한 국가통계에서는 2021년 또는 2022년부터 노조 가입자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걸로 나타난다. 한국의 역사를 보면 노조조직률의 지속적인 증가 후에는 급격한 하락 추세가 일시적으로 이어졌고, 그때 노동기본권을 잃은 이들은 대부분 취약한 조건의 노동자였다.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사회 전체 손실이다. 노사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취약한 조건에서 능동적으로 나선 노조활동가들은 사회·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역량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동보호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정책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온몸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이다. 노동자 공동체에서, 지역사회에서 협력적 관계를 촘촘하게 구축해 가는 사람들이다. 역사로부터 배우는 게 있다면 노조총연맹과 노동정책당국은 노조활동가들을 지원할 책무가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