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님 기자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씨가 숨진 지 넉 달, 쿠팡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정슬기 대책위원회’가 출범을 알렸다.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님과 함께하는 기독교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함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엔 영등포산업선교회·김용균재단·백기완노나메기재단 등 31개 기독교·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한다.

고 정슬기씨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굿로직스에서 쿠팡 퀵플렉서(배송기사)로 일하다 지난 5월28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망 4주 전 평균 78시간 26분, 사망 12주 전 평균 74시간 39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고 정슬기씨에 대한 쿠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로켓배송(새벽배송) 중단 등을 쿠팡에 요구할 계획이다. 국회엔 쿠팡 청문회 개최를 촉구한다. 쿠팡노동자들의 죽음과 대책위 출범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도 활동 중이다.

대책위는 고 정슬기씨의 아버지 정금석씨와 쿠팡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촛불문화제·기도회, 로켓배송을 거부하는 소비자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쿠팡의 야간노동이, 쉴 새도 주지 않고 이어지는 장시간 고강도 노동이 손쓸 새도 없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노동자를 죽이고 눈도 깜짝 안 하는 쿠팡에 고삐를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득훈 목사(성서한국 사회선교사)도 “쿠팡CLS 직원이 고 정슬기님을 직접 다그쳤는데 어떻게 쿠팡에 책임이 없다는 거냐”라며 “쿠팡은 유족과 시민들에게 진실하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고인의 아버지 정금석씨는 “정부가 쿠팡을 철저히 감독하고 국회는 청문회를 열어 노동자들의 사망 사유를 명백히 밝혀 달라”며 “이 모임이 노동자가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사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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