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예고된 인재.”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다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 아리셀 참사’를 보는 검찰의 시각은 명확했다. 검찰은 기술력 부족을 노동력으로 때우려다 ‘위험의 외주화’를 불렀고, 그 결과 사망자 23명 중 파견노동자가 20명이나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불법파견 → 무리한 공정 → 안전보건조치 미이행’
연쇄작용에 검찰 “안전 도외시한 경영, 생명 뒷전”
수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안병수 2차장검사)은 24일 “노동력만으로 이윤을 추구했다”며 리튬전지 제조업체 박순관 아리셀(전 에스코넥 대표) 대표이사를 구속기소했다. 적용된 혐의만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치사)·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산업안전보건법 세 가지다.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경영총괄본부장도 산업안전보건법과 파견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돼 구속기소됐다. 회사 상무 등 관계자 6명과 4개 법인은 불구속기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최초로 지난달 28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 대표는 25일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검찰은 사고 당일인 6월24일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경찰·노동청과 함께 압수수색을 벌였고 지난달 23일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해 박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구속기소는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운 경영 △다수의 사고 징후에도 위험 방치 △불법파견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 △기술력 부족을 숨기려 품질검사 결과 조작 등을 참사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 무리한 공정 →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으로 이어진 행위가 참사 원인으로 판단했다. 모회사 에스코넥의 자금지원을 받았는데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아리셀이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인력파견업체 ‘메이셀’로부터 비숙련 이주노동자를 대거 받아 안전교육 없이 공정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대표는 안전을 도외시한 경영으로 근로자 생명과 안전은 뒷전에 두고 오로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영에만 치중했다”고 질타했다.
수차례 사고 징후, 품질검사 결과까지 조작
노동계 “사측은 교섭, 검찰은 에스코넥 수사”
‘사고 징후’가 수차례 있었는데 이를 막지 못했던 부분도 구속기소 판단에 작용했다. 아리셀 공장에서는 이번 참사 이틀 전 불이 나 배터리 등 물건이 출입구와 복도에 적재된 부분을 지적받은 바 있다. 검찰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전지 발열검사를 생략하고 다수의 전지를 소분하지 않고 적재해 연쇄폭발을 불렀다”고 설명했다. 형식적인 안전관리자 선임으로 최소한의 안전조치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파견노동자를 직접생산공정에 투입한 경위 역시 ‘전형적인 파견법 위반’으로 해석했다. 검찰은 “작업의 위험성을 모른 채 코리안 드림을 꿈꾼 이주노동자들이 무고한 참변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위장도급 형태로 공장을 운영해 파견노동자들의 안전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 파견노동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를 은폐하려 한 점도 제시했다. ‘품질검사 결과 조작’ 정황도 확인됐다. 아리셀은 전지를 군납하는 과정에서 국방기술품질원이 시료 바꿔치기 행위에 3차례 시정지시를 했는데도 올해 4월 또 시료를 바꿔치기했다.
유족과 노동계는 교섭 이행을 촉구했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박 대표는 희생자 가족과 교섭을 회피하며 에스코넥으로 책임이 확대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검찰은 여전히 자기 살길만 도모하는 박 대표가 저지른 죄에 합당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회사는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교섭에 즉각 나서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에 에스코넥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