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의료대란으로 돈 버는 개업의들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한 의정갈등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의대생들의 수업거부와 휴학, 전공의 사퇴 등 문제는 점점 악화하고 있다. 추석 기간 응급의료 대혼란 우려가 있었으나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에 가지 않고 참고 버티자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캠페인이 있을 정도로 지금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2학기가 시작됐지만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인한 ‘의대 학생 및 등록현황’을 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전국 40개 의대에서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한 인원은 653명에 불과하다. 전체 재적인원 1만9천374명의 3.4%에 불과하다. 출석도 2.6%에 그쳤다.
정부는 의대생들의 복귀를 유도하고자 유급 판단 시기도 기존의 학기 말이 아니라 학년말로 조정하고 학기제를 허용하는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전공의 파업 이탈자를 막는 상황에서 매우 용기 있거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복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치킨게임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미있는 통계가 하나 발표됐다. 올해 2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는 급감했지만 동네 병의원의 진료비는 되레 늘어난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아 22일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동안 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등 모든 종별 의료기관의 전체 진료비는 28조5천923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 감소 폭이 컸다. 이 기간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는 6조8천669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7.5% 급감했다. 종합병원도 7조2천574억원으로 3.9% 줄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병원급·의원급 의료기관 진료비는 오히려 늘었다. 병원 진료비는 3조8천998억원으로 2.6% 늘었고, 의원은 10조5천680억원으로 2.4% 증가했다.
진료건수와 진료인원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줄었으나 상급병원 감소 폭이 더 크다. 3억509만건으로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그중 상급병원은 1천749만건으로 지난해보다 14.9% 감소했고, 종합병원은 2천485만건으로 9.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의원의 의료건수는 2억3천446만건으로 4.4% 줄었다.
진료 건수도 상급종합병원은 1천749만건으로 11.2% 줄었고, 의원은 2억3천446만건으로 4.4%가 줄었다. 결국 이번 의료대란으로 전체적인 진료건수와 진료인원이 줄었지만 의원 등 소규모 의료기관은 수입이 많이 늘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5개월 동안 2천540억원이 늘었으니 이대로 간다면, 1년으로 환산하면 6천억원가량의 수입이 증가하게 된다. 승자는 개업의들이다.
의료 수입으로 본 패자
의료대란을 겪으면서 국민들은 의료현실을 조금 더 깊이 인식하게 됐다. 특히 전공의들의 살인적인 노동환경도 알게 됐다. 따라서 의대 증원의 찬반과는 별개로 전공의들에 대한 처우개선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전공의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시간으로만 국한하지 않는다. 소득에서도 차이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OECD보건통계 2022’ 자료를 보면 고용된 의사인 봉직의의 연간 소득은 19만5천463 US$PPP(각 국의 물가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환율), 개원의의 임금소득은 연간 30만3천7 US$PPP로 봉직의와 개원의 모두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임금근로자 소득 대비 비율로 보면 한국은 봉직의는 4.6배, 개원의는 7.1배다. OECD 평균은 봉직의 2.7배, 개원의 4.6배다. 격차가 제일 낮은 나라는 프랑스로, 봉직의 2.2배(프랑스는 개원의 통계가 없다)다. 우리 다음으로 많은 나라는 이스라엘로 봉직의 3.7배, 개원의 4.1배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개원의가 더 많은 소득이 발생하지만, 봉직의와 개원의의 소득 차이가 크지 않다. 공공의료가 발달한 데다가 의사 숫자도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나라들은 우리보다 한참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상태다. 한국은 전공의들의 낮은 임금도 고려돼야 한다.
증가추세도 차이가 있다. 전문의 봉직의만 비교했을 때 OECD 평균은 지난 10년간 8만8천698달러에서 10만8천481달러로 22.3% 증가했다. 한국은 13만6천104달러에서 19만5천463달러로 43.6% 증가했다. 경제성장과 고령화 등 다양한 요인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아직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것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증가추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통계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3년도 하반기 비급여 보고제도’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 4천23곳의 전체 비급여 진료비는 지난해 비급여 594개 항목에서 연간 5조657억원으로 추정된다. 앞에서 말한 전체 진료비가 대략 연간 68조원으로 추정된다면, 비급여 진료비가 포함됐다고 치더라도 7.3% 정도의 과잉진료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물론 더 큰 추정치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직영하는 일산병원에서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일반병원과의 진료비 격차가 20% 정도이다. 모두가 과잉진료는 아니겠지만 추정의 규모는 가늠이 된다. 종합병원보다 개원의가 상대적으로 더 비급여를 권유할 수밖에 없다고 보이므로 올해는 비급여 진료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자들의 과잉의료로 인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OECD 평균 5.9회인 외래진료 횟수가 우리나라에서는 14.7회다. 두 배가 넘는다. 병상숫자도 1천명당 12.7개로 OECD 평균 4.3개의 3배에 가깝다.
의사들의 수입이 많으니 내리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확한 분석이 정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욕망이 욕심이나 탐욕이 되지 않으려면 사회적 합의나 정책적인 설계를 통한 제어가 있어야 한다.
2021년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대생 80.6%가 소득 상위 20% 가구 출신이라고 한다. 미국은 이 비율이 50%다. 조금의 기득권도 놓지 않겠다는 의사 집단의 ‘민낯’을 본 여론은 좀체 의사들 쪽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들에 대한 적대감이 사회적으로 팽배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다른 정책보다 반대가 적다. 하지만 국민들의 피로가 쌓여 가고 있다. 앞으로 부정적 여론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의료개혁이 성공한 것은 의료인들과 이해가 다른 것을 활용해 따로 협상과 타협을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그렇다. 의사도 다양한 이해가 있다.
결국 돈이다. 대형 병원들은 전공의를 값싸게 부려 먹고 있다. 주 10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흔하다. 피안성(피부과와 안과, 성형외과)으로 몰리면서 필수 의료(외과와 소아과, 산부인과) 의사들은 매우 부족하다. 필수 의료가 인기가 없는 건 수가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의료인 전체를 똑같이 적대한다. 전향적인 갈라치기다. 해결할 의지가 없거나 해결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죽어 나가는 것은 우리 국민이다. 새우등만 터진 국민이 패자다.
패자는 국민 모두
또 하나 죽어 나가는 것이 있다. 공공의료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큰 역할을 한 지방의료원들이다. 일반환자를 받지 못하고 공공의료에서 치료를 집중하다 보니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일반병원들은 오히려 정부지원금으로 수입이 늘어났다.
지방의료원은 코로나 이전 2019년 당기순이익은 292억원이었는데, 2023년에는 3천15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일반환자를 받지 않으니 의사들이 떠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대유행이 끝나도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부족한 운영비는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게 돼 있는데, 지자체의 의지가 없으면 달리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공공병원에서 의료 약자의 진료 비중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나마도 흑자를 달성한 노력도 해왔다. 결국 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이런 현실을 언급하면서 중앙정부 재정으로 착한 적자를 보전하고, 이익이 낮더라도 서비스 제공이 유지될 수 있는 지불제도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방의료원을 지역의료의 최후 보루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재정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결국 국민이 패자다. 그리고 의사들도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의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는 더 큰 파도를 불러올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장 (jcs61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