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은 일하다 다치거나 병든 노동자를 공정하고 신속하게 보상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차일피일 지연되는 산재 처리기간에 산재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 3년 전 금속노조는 정부로부터 산재 처리기간을 100일(근골격계질환은 60일)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지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가 산재 처리기간 지연의 원인과 해법을 4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 서쌍용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근로복지공단과 공단병원·산재환자 간의 소위 ‘산재 카르텔’이 있다며 고용노동부의 특정감사를 요구했다. ‘산재 카르텔’이 노동자의 ‘도덕 불감증’과 함께 산재보험의 부실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특정감사 결과, 일부 노무법인의 일탈 외 산재노동자의 ‘부도덕’으로 인한 산재보험 부실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많은 노동자는 산재 처리기간 장기화로 피해를 봤다. 산재노동자는 회복되지 못한 몸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현장으로 복귀하면서 고통받기 일쑤였다.

산재 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추정의 원칙은 그 적용 대상이 3.7%에 불과한 실정으로 도입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노동계는 추정의 원칙 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의 반발이 심하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도 아픈 노동자들이 산재를 신청한다.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면 사업주 또는 관리자들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노동자를 바라본다. 신청 노동자는 산재 처리 장기화, 불승인에 대한 불안감으로 마음을 졸이게 된다. 생계 불안, 건강 스트레스와 함께 치료를 이어 가면서도 산재를 승인받기 위해 동료진술서나 의학적 소견 등 자료를 확보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쓴다.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면 근로복지공단은 보험가입자(사업주)의 의견을 듣는다는 이유로 사업주에게 의견 제출을 요구한다. 사업주는 의견을 제출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룬다. 이때 신속한 산재 처리를 원하는 노동자의 고통은 더 가중된다. 공단은 미적대는 사업주에게 의견 제출을 재차 요구하는데, 그제야 사업주는 노동자의 질병과 사업장의 연관성이 약하다는 의견을 낸다.

이후 공단은 사업주의 의견을 받아 재해조사서를 작성하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넘긴다. 그리고 사업주는 질병판정위에 출석해 노동자의 질병과 업무와의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다시 꺼낸다.

지난해 업무상질병 신청 노동자는 3만1천666명, 산재 처리기간은 평균 214일이었다. 특히 근골격계질환은 146일로 약 5개월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생계 위협은 물론이고, 불승인에 대한 스트레스로 더 힘든 나날을 견딜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금속노조는 그동안 산재 처리 장기화를 방지하고, 노동자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근로복지공단 항의농성 등 투쟁을 벌였다. 이를 통해 2021년 고용노동부와 산재 처리기간을 현행 172일에서 당해 연말까지 100일 이내로, 그리고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131일에서 2022년 60일 이내로 처리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약속은 현재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산재 처리기간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산재노동자가 고통을 받으며 어렵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금속노조는 근로복지공단에 2021년 합의사항 이행과 처리 지연 문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으나 공단은 산재신청 건수 급증에 따른 업무량 증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한다.

금속노조는 더 이상 산재 처리기간을 줄이라는 요구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산재 처리 지연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맞서 단호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는 산재노동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세종시에 있는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1인 시위가 끝나고 추석을 넘길 때까지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전향적인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면 금속노조의 투쟁은 더욱 강고하고 단호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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