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4. 8. 30. 선고 2023구합62908 판결

서범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서범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1. 사실관계

주식회사 포스코의 광양제철소 사내협력업체인 포에이스(이하 사용자)는 2022년 9월19일 조직개편 인사발령을 통해, 금속노조 조합원 12명을 파트장(조장) 자리에서 해임했다. 사용자는 (1) 금속노조가 주도한 불법파견 소송의 결과로 승소 노동자들이 포스코 정규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기존 파트장의 숫자를 줄이거나 역할을 바꿀 업무상 필요가 있었고, (2) 파트장 지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금속노조 조합원 자격과 병존하기 어려우며 (3) 금속노조가 아닌 교섭대표노조에서 체결한 인사발령 당시 단체협약과 사업장 관행에 따르더라도 파트장과 조합원 지위는 선택적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사용자는 이에 불복해 해당 판정의 취소를 구하며 소를 제기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법원 역시 노동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아래와 같이 판결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법원은 인사발령 당시 사용자의 조직 개편에 대한 필요성은 일정 인정된다고 보면서도, 이것이 곧 금속노조 조합원 12명을 보직 해임한 것에 대한 업무상 필요성과 등치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둘째, 이 사건 단체협약에 ‘파트장 이상의 직원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사용자가 단체협약의 효력 적용 범위를 노조와 합의한 것일 뿐이므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이나 활동을 제한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보았다.

셋째, 이 사건에서 파트장 직위는 각 파트에 할당된 근로자의 인원 규모(5~10명)나 파트장의 업무 범위와 인사 권한 등을 고려할 때,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파트장이 업무와 관련한 실질적인 지휘명령 권한이나 인사노무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파트장 직위의 ‘사용자성’을 전제로 노조법과 위 단체협약의 적용 가능성을 주장하는 사용자의 입장은 타당하지 않다.

위의 논점들 외에 사용자는 파트장 해임에 따른 조합원들의 생활상 불이익 정도가 크지 않다거나, 파트장 해임 전 신의칙상 요구되는 노동자와의 협의 절차 등을 거쳤다는 등의 주장도 제기했다. 법원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 사건 인사 발령이 금속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보직해임이자, 불이익 부과의 부당노동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3. 대상판결의 의미

법리적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대상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4. 1. 29. 선고 2001다6800 판결)이 설시한 법리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은 “단체협약에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를 특별히 규정해 일정 범위의 근로자들에 대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 그 규정이 노동조합 규약에 정해진 조합원의 범위에 관한 규정과 배치된다고 해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를 해석하면 결국 단체협약상 조합원 자격을 정한 조항은 단체협약의 적용 범위를 정한 것이지 노동조합의 규약의 조합원 범위를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심지어 이 사건에서는 사용자가 단체협약을 근거로 단지 조합원 자격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조합원 자격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조합원의 보직을 해임했다. 조합원 자격에 대한 단체협약을 근거로 사용자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쉽지 않았던 사안으로 보인다.

한편 현실의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각종 부당노동행위는 매우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법절차를 통해 해당 행위의 불법성이 인정되는 것은 여전히 흔치 않은 일이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의 ‘노동위원회 운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부당노동행위 사건의 인정 비율은 중앙노동위와 지방노동위에서 각각 13.4%, 10.3%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사용자가 보직해임이라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인사 조치하면서도 이를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근거 자료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용자는 사건 당시 인사 조직 개편에 대한 일반적인 업무상 필요성을 주장했을 뿐, 이 사건 당사자인 조합원 12명을 해임 대상으로 선정한 것에 대한 구체적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보직 해임자 12명의 업무성과나 고과·근태·규율 위반·동료 평판 등에 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인원의 실질적 공통 점은 금속노조 조합원이라는 사실뿐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인사발령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부과는 인정한 반면, 해당 인사 조치가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이 사건 인사발령이 노동조합에서 추진 중인 불법파견 소송에 대한 방해이자 탄압이라고 봤다. 법원은 사용자가 해당 소송에 대한 개입을 의도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부당노동행위의 의사 부정). 아무리 정황과 맥락이 있다 해도, 사용자의 지배개입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드러낼 증거가 사법 절차에서는 여전히 엄격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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