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노조와 금융노조는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정남 기자>

금융기관을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도입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OK저축은행이 DGB금융지주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가 작동하지 않았고, 금융당국의 묵인이 있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도개선 요구가 국회에서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사무금융노조와 금융노조는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김현정·박홍배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대부업체, 저축은행 먹고 시중은행까지
금융기관 소유·진입 규제 기능 제대로 작동했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는 부적절한 사람이 금융회사 대주주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금융회사 경영권을 인수할 때 적용하는 대주주 변경승인 제도와 함께 금융기관의 소유·진입을 규제하는 제도로 꼽힌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두고 의구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최근 OK저축은행이 DGB금융지주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OK금융그룹은 2016년 저축은행을 인수한 뒤에도 기존 사업인 대부업을 포기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저축은행이 대부업체 자금조달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인가를 취소하지 않았고, 이후 OK금융그룹이 대부업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최윤(일본이름 야마모토 준) OK금융 회장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살피는 조사를 하고 있다. 이런 논란이 있었는데도 OK저축은행은 이제 대구은행이라는 시중은행을 완전지배하는 은행지주회사 최대주주가 됐다.

10% 이내 주식 보유 적격성 심사 제외해도
과점 주주, 사실상 지배 가능

토론회 참가자들은 현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가 부실해 금융당국에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결국 제도 자체도 유명무실해졌다고 진단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발제에서 “10% 이내 주식 보유는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10% 이내) 과점 주주들이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은행을 지배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사실상 규제하지 못하는 등 제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주식 보유의 규모뿐만 아니라 사실상 지배 여부도 심사 적용시 살펴봐야 한다”고 개선방향을 제안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토론 순서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의 취지가 금융회사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도를 검증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기소돼 재판을 받거나 금융위 징계처분을 받으면 사회적 신용도 요건 미흡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 경우 자격심사를 유예하고 무죄 확정판결 이후 심사를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함께 주최한 야당 의원들은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현정 의원은 “재벌 등 기업의 편법적 은행 지배를 막고 국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현 심사 제도 사각지대를 없애고 심사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