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 상품을 판매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여기서 임금의 성격은 노동의 질이 아닌 시간의 양과 관련된다. 노동자가 자신의 근로시간 처분을 사용자에게 맡긴 대가가 임금이 된다.

노동자를 고용해 일을 시키는 사용자들은 이러한 임금지급 기본원칙에 강하게 자주 의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서울 강남구의 어느 유명 커피전문점 영업장에서 1시간에 100여명의 주문을 처리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소도시 외곽의 한가로운 사업장에서 하루에 10명 정도의 주문을 처리하는 노동자에게 모두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문제제기다.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중소 제조사업장과 도소매 자영업자들에게서 이러한 의문은 더 구체화 된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10명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해 식당을 운영하는 사업주는 근로계약으로 약정한 일급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한 뒤 이에 항의 하는 노동자에게 “손님이 없을 때 자주 쉬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사업주들의 경향은 구체적인 제도 변화 압력으로 이어지기도 하기에 굉장히 우려스럽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38명은 지난 2월 정부에 '노인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에서 고령노동자를 제외하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건의안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은 연령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나이에 따른 최저임금 차별은 법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은 나이를 이유로 한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의 건의대로 최저임금에서 노인을 차별한다면 이는 ‘고령자고용법’ 3조(정부의 책무)에 위반된다. 해당 조항에서는 “고용에서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연령차별 금지 정책을 수립·시행”하도록 정부의 책무를 정하고 있다.

노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윤기섭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의 지난 4월 언론 인터뷰를 보면 노인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각과 노인을 차별하려는 이유가 잘 드러난다. 윤 의원은 “파·마늘을 다듬거나 뭐 이런 허드렛일 같은 것을 하더라도 최저임금이 (동일하게) 적용되면 젊은 사람들을 채용하지, 노인분들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에는 ‘고령 노동은 숙련이 필요하지 않은 소일거리’라는 시각이 담겨 있다. 고령노동자 등 취약 노동계층의 노동을 바라보는 사업주의 주류적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때문에 노동 현장에서는 청소년이나 여성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계층의 수습 기간에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한국노총 구미상담소 상담사례에 따르면 개인 카페에서 수습 기간을 정해 2개월간 근로를 제공한 어느 노동자의 시급은 5천원에 불과했다. 올해 최저임금 9천860원에서 4천860원이나 부족하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한 경우 3개월 이내의 수습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의 10%를 감액할 수 있다. 업무에 미숙한 노동자에 대해 일정 기간 업무 숙달에 따른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취지일 것인데, 편의점 등 단순 판매직종이나 1년 미만의 단기간 근로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노동 현장에서는 편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지급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주들이 의외로 많다,

처분을 맡긴 만큼 인력을 운용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이른바 경영이라 불리는 사업주의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을 고민하지 않은 채 최소한의 생활 보장적 성격의 최저임금을 업무능력에 대한 평가급이라 착각하는 사업주의 오해는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leesey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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