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고 있지만 노동법을 적용받는 가사노동자는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사근로자법 시행령에 따르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인증을 받은 기관에는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가 지원된다. 인증 요건으로는 ‘가사근로자 5명 이상 상시 고용’ ‘4대 보험 가입’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 지급’ 등이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에서도 인증기관 등록을 위해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등록한 인증기관은 단 한 곳뿐이다.
광주시에는 2021년 7월 ‘광주광역시 가사근로자 등의 고용개선 및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이 조례에 입각해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가 교육 홍보 상담 협의체 구성 등 각종 가사노동자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가사근로자법 시행 이전에 ‘광주지역 가사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통해 노동환경을 점검했고 지역 가사 기관들과 광주시 가사관리사 지원협의회준비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준비위원회에는 그동안 광주지역에서 가사 돌봄 사업을 진행해 온 노동실업광주센터 내 ‘우렁각시’, 광주여성노동자회 ‘빛나홈 협동조합’, 광주YWCA 살림도우미가 참여했다. 준비위원회는 매월 정례회의를 통해 직무교육과 시민 인식개선 홍보, 기타 문화 사업을 해 왔다. 올해 6월14일 광주YWCA 강당에서 열린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기념식에서는 가사노동자 인권선언을 채택했으며 6월20일에는 ‘가사서비스 사업 확대 및 가사노동자 노동권 보장 토론회’를 비정규직지원센터와 함께 개최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가사노동자 사업이나 지원협의회준비위 결성은 노동자가 노동부 인증기관을 통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길을 먼저 내디딜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준비위에 함께한 3개 기관 역시 인증기관 등록을 꺼리고 있다. 사무실 구비, 안정적인 일감 마련, 예산 부족 문제가 등록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사노동 특성상 일감이 한시적인 경우가 많기에 고용관계 유지가 어렵고, 60세 이상 고연령층은 고용보험·국민연금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노동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가사돌봄사업을 인증기관에 우선 배정하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강보험료를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2년 7월 발표된 ‘광주광역시 가사노동자 고용 및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6%가 “고객을 상대하는 감정노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고 51.9%가 “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일하다 다치거나 고객에게 손해를 끼쳐도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50.4%)거나 “언제 그만둘지 몰라 불안하다”(43.1%)는 답변 비중도 높았다. 부당한 경험은 22%, 성희롱 성추행 경험은 14.9%였다.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정체성 상실 속에 노동인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항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노동자들의 애로사항 해결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 것일까?
지난 2년을 돌아보면 가사근로자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가사인증기관은 가사노동 현장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고 가사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일자리는 저출산과 외국인 가사돌봄 노동자 수입으로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가사돌봄은 공공영역으로 자리매김돼야 한다. 직장생활과 부부 맞벌이로 지친 심신은 퇴근 후 편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직장의 노동은 끝났지만 또 하나의 가사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가구도 급증하고 있으며 가사 돌봄 손길도 절실해지고 있다. 가사돌봄의 공공영역과 재원마련 문제를 풀 전 사회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또한 가사노동자를 어떠한 전제조건도 없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 다만 가사노동이 공공영역으로 격상될 때까지 과도기를 설정하고 인증기관이 필요하다면 예비사회적기업 지원(인건비·사업비보조) 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수요자(시민)와 근로계약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의 문제는 더 많은 연구와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공공영역 격상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되는 길은 지금처럼 변변한 전국 조직 하나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길이다. 각 지역에 뿌리내린 전국 조직과 끈질긴 활동만이 가사노동자 권리 찾기를 앞당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