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서비스노조 MG손해보험지부가 20일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졸속매각 저지와 고용안정 보장을 위한 조합원 총회 및 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MG손해보험 노동자 전원이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이 동종업체인 메리츠화재에 MG손보를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MG손보 노동자들은 메리츠화재에 매각해선 안 된다며 매각 과정에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MG손보의 새 주인으로 메리츠화재가 점쳐지고 있다.

MG손보 공개 매각이 네 차례 무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6일 MG손보 매각을 위한 입찰을 유찰로 최종 처리했다. 매각 주관사와 법률자문사 검토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번 경쟁입찰에서 적당한 매수자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게 예보측 설명이다. 예보는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 ‘갑툭튀’ 배경은

MG손보 매각은 메리츠화재의 깜짝 등장으로 전환기를 맞았다. 오랫동안 경영난에 시달리던 MG손보는 2022년 금융위원회가 부실기관으로 지정하면서 공개 매각이 추진됐다.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실패했다. 지난달 19일 3차 공개매각에서도 예비 입찰에 참여했던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와 국내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 모두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무응찰 유찰됐다. 그런데도 예보는 열흘 뒤인 같은달 31일 재입찰을 공고했다. 메리츠화재는 이달 8일 진행된 예비 입찰에서 처음 인수 의사를 밝혔다.

금융당국이 일부러 유찰시켰다는 주장이 나온다. 메리츠화재와 수의계약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다.

배영진 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지부장은 “메리츠화재가 입찰에 참여할 물리적 시간이 안 된다”며 “재입찰이 공고된 지난달 31일부터 예비 입찰이 진행된 지난 8일까지 9일 동안 MG손보를 분석할 수가 없다. 최소 3주 이상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유찰을 예상하면서 재공고를 올리고, 메리츠화재가 급하게 입찰에 참여한 배경에 사전 교감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진 손해보험업종 본부장도 “MG손보 매각이 메리츠화재에 실익이 없다. MG손보 계약의 80%가 장기보험이라 다른 대형사들도 다 거부했다”며 “금융당국이 메리츠화재의 현안을 해결해 주고 메리츠화재는 MG손보를 매입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MG손보 노동자들 “고용승계 보장해야”

문제는 메리츠화재가 동종업체라는 점이다. 예보는 인수합병(M&A) 외에 자산부채이전(P&A) 방식까지 열어뒀는데, P&A는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 노조가 ‘전원 해고’를 우려하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MG손보와 메리츠화재 업무가 정확히 겹치기 때문에 굳이 MG손보 노동자들 고용을 승계할 이유가 없다”며 “메리츠화재는 매각에서 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MG손해보험 생존권 사수, 졸속매각 저지, 고용보장을 위한 조합원 총회 및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MG손해보험지부 조합원 등 500여명이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김 본부장은 “과거 대주주였던 새마을금고의 낙하산 인사와 방만경영이 부실 원인”이라며 “금융당국은 관리·감독도 안 하다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넘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잘못을 따지지 않을 테니 귀찮아서 해치우듯 졸속·밀실 매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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