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 택배노동자인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최근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5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는데 쓰러질 것 같다, 도와달라”는 동료의 전화였다. “로그인은 연속으로 6일밖에 안 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다른 아이디로 로그인 해서 일을 하라고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달 14일, 다섯 번째 ‘택배 쉬는 날(택배 없는 날)’에도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쉬지 않는다. 2020년 고용노동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 등은 택배산업의 발전을 위해 택배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보호가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8월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과 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로젠택배 등은 이달 14~15일 이틀간 배송 업무를 하지 않는다.
CLS는 택배를 멈추는 대신 내년부터 새벽배송 택배노동자를 대상으로 격주 주 5일제를 추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낮에 일하는 택배노동자는 최소 반기 1회, 연 2회 이상 주 5일 배송할 수 있도록 의무 휴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현재 CLS 택배노동자는 최대 주 6일까지 일할 수 있다.
현장에선 미봉책이란 반발이 나온다. 장시간 노동은 여전할 거란 문제제기다.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는 통상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30분~7시까지 10시간 정도를 일한다. 주 5일 일할 경우 주당 노동시간은 50시간이다. 여기에 야간근무 30%를 할증하면 65시간이 된다.
주간배송 택배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오전 7시30분께 출근해 오후 8시30분에서 9시까지 일한다. 하루 노동시간은 12시간이며 주 70시간에 달한다. 택배노조는 “이런 상황에서 52주 중 겨우 2주만 주 5일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는 이날 오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쿠팡이 택배 쉬는 날에 동참하고 ‘택배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도록 노동부가 나서라고 요구했다. 강민욱 준비위원장은 “만약 쿠팡CLS가 택배 쉬는 날에 동참할 필요가 없다면 왜 군포·남양주·제주·화성 동탄에서 택배기사들이 쓰러져 죽는 것이냐”라며 “이 사실을 뻔히 알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노동부는 공범이고 방조자”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