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도시가스분회

서울도시가스 민간위탁사가 서울시 폭염 대책인 ‘격월 검침’ 권고를 따른 가스 안전점검원들에게 정직 징계를 남발하다 법원에서 제지당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강북도시가스서비스㈜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정직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폭염 기승에도 서울시 권고 외면

사측이 정직 징계를 남발한 건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2022년 8월. 김윤숙 당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도시가스분회장을 비롯해 조합원 11명에게 많게는 정직 60일부터 적게는 정직 10일까지 징계를 내렸다.

김 전 분회장 등이 서울시 폭염 대책인 격월 검침을 따랐다는 게 징계사유다. 한 명당 3천600~5천세대를 담당하는 가스 안전점검원들이 무더위 속 방문점검을 하다 쓰러지는 경우가 반복됐다. 노조는 충원을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가스비 인상 등을 이유로 격월 검침을 통해 일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도시가스 공급규정에 하절기(6~9월) 남방용 검침과 요금고지서 송달은 격월로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사측은 2022년 6월 돌연 격월 검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반발하며 격월 검침을 고수했다. 조합원 일부는 실제 그해 7월 납기 검침을 실시하지 않았다. 사측은 이를 문제 삼아 업무 지시명령 미이행, 납기 미검침에 따른 손실 야기 등으로 징계했다.

아울러 사측은 상반기 안전점검률 저조도 징계사유에 포함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방문 의향을 묻는 사전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세대를 방문하지 않아 점검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측은 그 원인으로 노조활동을 꼽았다. 간주근로제로 일하는 이들이 무단이탈해 노조활동을 했기 때문에 점검률이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간주근로제는 실제 근로시간과는 무관하게 노사가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김 전 분회장 등은 부당정직이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김 전 분회장은 “간주근로제라 주부 사원이 편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홍보할 땐 언제고 노조활동만 문제 삼는다”며 “노조를 괴롭히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폭염으로 현장노동자 건강 악화 우려
재판부 “노조 주장 어느 정도 타당성 있어”

법원도 정직에 대해 사측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격월 검침과 안전점검률 저조와 관련된 징계사유를 인정했다. 서울시가 규정에 따라 격월 검침을 권고하지만 의무는 아니라는 이유다. 코로나19 비대면 사전조사 실시도 권고하지만 무응답 세대 현장방문점검 금지를 강제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인정된 징계사유에 비해 양정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서울시 권고에 따라 2020~2021년 하절기 격월 검침을 실시한 적 있고, 서울시는 2022년 서울도시가스 등에 격월 검침 시행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서울시는 서울도시가스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이고 사측은 서울도시가스로부터 위탁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인 점 등에 비춰 보면, 김 전 분회장 등은 서울시의 권고에 따라 회사가 격월 검침을 시행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실제 하절기 폭염 등으로 현장노동자들의 건강이 악화될 우려가 있고, 가스 사용량이 비교적 많지 않으므로, 하절기 격월 검침해야 한다는 노조 주장에 어느 정도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노동자들이 2022년 상반기 안전점검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간에 집회에 참여한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일부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에 (코로나19 확산세 등) 참작할 사정이 있으므로, 업무시간 중 근무지 이탈 또는 업무시간 중 무허가 노조활동 참여의 비위행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사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현재 사측은 정직 대신 감봉으로 징계를 대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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