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동차보험으로 세 차례 이상 사고 처리하면 이후 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생계를 위협받았던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보험 갱신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사고에 따라 보험료가 차등 부과되는 사고 횟수별 보험료 할인·할증제를 대리운전자보험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대리운전 사고 건수별로 보험료 차등
금융감독원이 다음달 6일부터 대리운전 노동자의 보험료를 사고 건수별로 차등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사고를 내지 않은 기사의 보험료는 무사고 기간(최대 3년)에 따라 할인하고 사고 이력이 많은 기사의 보험료는 건수에 따라 차등하는 내용이다. 대리운전자보험은 기사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전용보험으로, 단체보험과 개인보험 등이 있다.
각 보험사들은 기준을 완화해 기사들의 보험 가입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보험료의 최대 할인·할증 폭은 -11.1∼45.9%로 개인용이 -10.9∼65.5%인 점을 고려하면 할인 폭은 크고 할증 폭은 낮은 편이다.
보험료는 과실 비율에 따라 다르게 책정했다. 기사의 과실 비율이 50% 미만인 사고 1건은 직전 사고 건수에서 뺀다. 태풍·홍수로 인한 자기차량손해 등 기사의 과실이 없는 사고도 사고 건수에서 제외한다.
특히 사고 이력을 이유로 한 보험 갱신 거부가 줄어들 전망이다. 그간 보험사는 3년 내 3건의 사고가 있으면 기사의 보험 가입을 거절해 생계 위협이라는 논란이 컸는데, 이 기준을 3년 내 5건 이상 사고로 완화했다.
금융감독원은 “대리운전자보험은 다른 자동차보험과 달리 사고 건수 등을 고려한 보험료 부과 체계가 없어 사고 이력자의 가입 거절이 빈번했다”며 “대리운전을 통해 생업을 유지해야 하는 기사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생계를 위협받는 일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조 “업체마다 보험 중복가입 문제도 해결해야”
사고 횟수별 보험료 할인·할증제 도입을 요구했던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오랜 숙원 중 하나가 이뤄졌다”면서도 “대리운전 노동자 누구나 보험료 부담 없이 보험 하나로 전국 어디서나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대리운전자보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국대리운전노조는 “제도가 시행되면 사소한 사고로 갱신이 거절돼 일자리를 잃었던 대리기사들이 다시 핸들을 잡을 수 있게 된다”며 “그러나 아직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업체들은 대리운전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아 챙기면서도 여전히 관리비와 프로그램비를 추가로 부과하고, 매년 수백만 원의 중복 보험료를 대리기사에게 부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다수의 업체로부터 콜을 배정받는데, 각 업체마다 단체보험에 가입해야 해 중복 가입으로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노조는 지난 3월 결렬된 카카오모빌리티 단체교섭과 관련해 1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서를 접수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보수와 일감 배정 등 핵심 노동조건에 대한 단체교섭을 1년 넘게 진행했으나 사측은 보수와 배정 정책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거부하고 있다”며 “단체교섭에서 보수와 일감 배정정책을 다루지 않겠다는 것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기사의 생계는 외면하고 자발적 착취의 무한 경쟁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