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뜨거워. 잡아야 하는데 저 불을 잡아야 하는데. 당신 삼킨 불은 소화기로는 잡을 수 없고 불 붙게 한 사람부터 잡아야 하는 것인데. 잡아야 할 것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 틈에서 불이 계속 붙는다. 불은 우연한 사고였다고 그런 건 하청회사 소관이라고. 당신은 우리 직원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그냥 일손이라고. 그러니 원만하자고. 합의하자고. 그런 말들 틈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불이 자꾸만 타고 있는데, 남겨진 이들 속이 까맣게 타고 있는데 그런 건 왜 보지를 않나. 뜨거워. 그래도 잡아야 하는데 당신을 잡아야 하는데. 보고 싶다는 말 하나 놓을 수 없어 불탄 공장 앞을 떠나질 못하는데 당신을 어떻게 놓을 수 있지. 사십구재가 된들 사십구 년이 된들 당신을 어떻게 보낼 수 있지. 가슴을 쥐어뜯던 손을 당신에게 뻗어도 맞잡아 주는 당신이 없고. 빈자리만 더듬던 손이 바닥을 긁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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