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치러진 20대 집행부 선거 전후 발생한 한국공인노무사회의 내부 갈등이 이제야 해소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박기현(54·사진) 회장은 선거 뒤 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격을 박탈하자 불복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함으로써 2월부터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그와 경쟁했던 2개 후보조측에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지난 8일 기각했다. 박 회장은 “(재판으로) 너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면이 있다”며 “내부가 단합해야 노무사회 과제를 해결할 동력이 생기니, 이제는 선거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 내 달리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에 노동법원 설립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법원이 노동위원회 기능 다수를 가져갈 경우 노무사의 활동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소·고발 대리권을 행사할 수 없어 법원 재판 과정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노동법원 설립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노무사가 노동법원에서도 역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공인노무사회관에서 박 회장을 만났다.
- 집행부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가량 이어진 선거 갈등을 마무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이제 회원들도 화합하고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하실 거다. 내부가 단합해야 우리의 과제를 해결할 동력이 생긴다. 하반기에는 단합·화합·소통에 중점을 둔 내부 사업을 해보려 한다.”
- 다른 전문자격사와의 업역 갈등은 노무사회가 풀어야 오랜 숙제다.
“전문자격사 시험 합격자가 증가하면서 각 자격사 내부적으로는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고, 외부적으로는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이중적 압박에 놓여 있다. 고유한 전문성과 업무영역을 가지고 있는 자격사 간 업역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민감한 문제다. 노무사는 노동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바탕으로 사적·행정적·사법적 영역 등 넓은 업무수행 범위 속에서 활동한다. 타 자격사의 노무사 직역 침해는 근로자 복지 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노무사 제도의 취지를 위반하는 행위로 판단한다. 노무사 직역 침해는 단호히 대처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자격사 간 업역 갈등은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며 증명되고 있다. 노무사회는 자체적인 업역 확대 노력과 함께 자격사 단체와 소통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노무사에 고소·고발 대리권 부여
근로자·사용자 모두에게 이익”
- 노무사가 노동청 사건에서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노무사회의 오랜 주장이다.
“노동청에서 다루는 사건이 진정에서 고소·고발로 전환했을 때, 이전에는 노무사가 대리업무를 했는데 최근 대법원 판결로 제한됐다. 노동청 사건은 저희가 가장 전문가다. 형사사건으로 전환하더라도 그 내용이 동일한데도 대응하려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진정·고소·고발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비용이 이중으로 나가는 데다가 절차도 복잡해진다.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원치 않는 상황이지 않을까. 노무사와 변호사 간 업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노동청을 찾는 근로자·사업주의 권익보호 측면에서도 노무사에 고소·고발 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고용형태 다변화로 권리구제 사건 유형도 매우 복잡해지고, 산재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매우 커지고 있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노무사의 역할은.
“과거 정년을 보장받는 정규직이 일반적이었던 시절에서 외환위기, 정보통신 혁명, 그리고 최근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조적, 또 개인의 욕구 측면에서도 다양성이 증대되고 있다. 고용형태는 다변화하고, 역량과 여건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직업을 가지길 원하는 개인도 증가하고 있다. 교육수준 향상, 정보 접근성 증가로 권리의식이 향상하고, 권리 침해에 대한 적극적 구제 노력도 나타난다. 플랫폼의 등장과 인공지능 발전 등 산업변화의 속도를 법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속에서 정당한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와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가 생겨나고 있다. 노무사는 급변하는 환경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제도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전문가 역할을 해야 한다. 기존의 제도와 법령, 행정해석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방안을 생각해 공백을 줄여야 한다. 건전한 노사상생 환경을 조성하는 중재자 역할도 맡아야 한다.”
- 노무사회에는 노동자측과 사용자측을 구분해 대리하는 회원이 적지 않다. 정치적으로도 회원 성향이 매우 다양하다. 이런 현상은 매우 자연스럽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고, 노무사회의 역량·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다양성은 때로는 갈등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무사회의 가장 중요한 강점이기도 하다. 한쪽만 대표하는 집단은 특정 경향성을 가진 이익 집단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회원이 8천여명이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이 정상적이다. 노무사회는 다양성이 역량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소통 활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기적인 소통과 포용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단결을 촉진하고 있다. 노무사라는 가장 큰 공통점 아래서 노무사 간 대화·협력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노무사 역할 유지하는 노동법원 설립은 찬성”
- 노동법원 설립 논의가 다시 점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반대했다. 지금은 근로자·사용자 편익을 위해 지금까지 해 온 노무사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면 반대하지 않는다. 노동법원이 노동위원회의 기능 중 어느 정도를 가져갈지는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태다. 만약 노동위원회에서 노무사가 하는 업무의 대부분을 노동법원이 가져간다면 소송대리권이 없는 노무사는 굉장히 어려워진다. 노동위원회에서 노동법원으로 기구만 바뀌는 형태라고 보기 때문에 노무사가 노동법원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노동위에서 노무사가 맡아 왔던 업무가 노동법원 설립으로 중단된다면, 노무사 업무의 3분의 1가량이 사라지게 된다. 노무사회로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노동법원을 통해 소송대리권을 노무사가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 저희로서는 좋은 기회다. 노동법원 설립 논의와 관련해 노무사회에 기획단을 꾸려 입장과 대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 선거 문제가 일단락되기까지 반년이 지났다. 임기의 4분의 1이 흘러갔는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중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업무인수인계가 원활하게 이뤄졌더라도 노무사회에 주어진 많은 과제를 풀어 나가기 힘들었을 텐데, 너무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선거에서 약속한 핵심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 정말 부지런히 뛰어다니겠다. 대안적 분쟁 해결(ADR)을 노무사 고유 사업영역으로 만들고, 노무사가 기업 노무정보에 대해 정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하는 노무감사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겠다. 회원들의 수익창출과 복리증진을 실현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한편으로는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도 노무사들이 더욱더 앞장서도록 지원하겠다. 사실 국선노무사 등을 통해 그 어떤 전문자격사들보다 노무사가 사회적 약자와 사용자를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 정부 기관과 지자체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더 열심히 하겠다.”
글=제정남 기자
사진=윤성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