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5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과 경총은 노조법이 통과되면 산업현장에 혼란이 온다거나 법치주의가 무너진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심지어 경총은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도 노조법 개정에 반대하는 광고를 실었다. 이 모두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쌓는 일이었다. 정부와 경총과 국민의힘이 나서서 노조법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이변이 없는 한 대통령 거부권은 행사될 것이다. 21대 국회와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셈이다. 누군가는 어차피 거부권이 행사될 것인데 뭐 하러 투쟁하냐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이 투쟁이 윤석열 퇴진 투쟁의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이 법이 노동자들에게 매우 절실하다는 것이다. 빼앗긴 임금을 돌려달라고 말하기 위해 0.3평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둬가며 투쟁해야 했던 대우조선해양(지금은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에게 원청과 교섭할 권리는 너무나 중요했다. 택배노동자가 더위에 쓰러져 죽어가는데 자신은 사용자가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쿠팡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도 진짜 사장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너무나 절실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는 ‘당신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하는 건설회사 사장들에게 들이밀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참으로 소중했다. 수십억원, 수백억원의 손해배상 속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에게 손배폭탄을 없애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계속 싸울 수밖에 없었고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거부권을 막는 것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단지 노조법 2·3조 개정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짓밟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건설노동자를 조폭으로 몰고, 화물연대 노동자를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하며, 한화오션 노동자에게 가해진 손배 폭력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며, 쿠팡에서 노동자의 죽음을 계속 방치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한 싸움을 또 할 수밖에 없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조합의 보호조차도 받지 못하는 다수의 노동 약자를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비정규직의 노조할 권리를 무시하면서 ‘노동약자’를 말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이 정부에게는 모순이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노동약자’는 시혜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비정규직이다. 그들의 ‘노동약자’는 정규직 노동자를 질타하고 노동조합을 억압하기 위해 소환된 명명일 뿐이다. 그런데 노조법 2·3조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시혜의 대상이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단결해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니 비정규직을 ‘노동약자’라는 이름으로 시혜의 틀에 가두고 싶어 하는 윤석열 정부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결코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노동자의 힘이 약한 지금, 거부권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떤 제도개선 투쟁도 노동자들에게 쉬운 적은 없었다. 거부권이 예상된다고 해서 싸우지 않는다면 정권이 바뀐다 해도 나아질 것은 없다는 것을 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두 번이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많은 시민이 노조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이 헌법상의 당연한 권리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성과이다. 또한 플랫폼, 프리랜서 등 새로운 고용형태에 맞게 노동자의 보편적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쟁점화한 것도 투쟁으로 만든 성과다.
그러니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설령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거부권에 의해 막히더라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싸울 것이고, 그 싸움을 통해 한발씩 나아갈 것이다. 고용구조의 문제를 알리고 원청의 책임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소송을 통해 판례를 축적하기도 하며, 공동투쟁으로 이 문제가 공통의 과제임을 확인할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힘을 축적하면서 계속 이겨갈 것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