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경위
시간강사를 고용한 55개 학교법인이 제기한 산재보험료부과 취소소송에서 대법원이 2007년 하나의 대학에 전속되지 않는 대학 시간강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판결을 내린 이래(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 13025 판결), 시간강사의 퇴직금 및 각종 근로조건에 대한 소송이 잇달아 제기됐다. 이에 각 학교법인들은 시간강사들과 약정한 강의시수(강의시간)가 1주 15시간 미만이므로, 시간강사들은 근로기준법 18조3항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해 각종 법정수당 및 연차휴가 제도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학들이 시간강사와 계약을 할 때(주로 ‘위촉계약’ 또는 ‘임용계약’이라는 명칭을 사용) 1주당 강의시수만을 정할 뿐, 구체적인 근로시간을 약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하급심 법원은 ‘강의’라는 근로는 그 업무의 성격상 필연적으로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와 자료 수집, 수강생의 평가 및 그와 관련된 학사행정업무 처리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나아가 대학에서 요청하는 강의계획서 작성, 성적평가 및 입력, 교육이수 등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시간강사의 소정근로시간이 약정된 강의시수에 한정될 수 없다는 대체로 일관된 판단을 내려 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입장이 달랐다. 시간강사들의 소정근로시간은 (i) 강의시간의 3배(=1주당 강의시간+그 2배에 해당하는 강의준비시간)라고 하거나, (ii) 구체적인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시간강사와 전임교원의 근로시간이 다르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초단시간 근로자임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한 사례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의 1심과 같이 (iii) 시간강사와의 계약에는 강의시수를 초과하는 근로를 제공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포함된다고 본 사례가 있다.
대상판결의 원고들은 각 국립대의 비전업 시간강사로서 전업 시간강사와 차별 지급된 강의료 차액을 청구하고, 나아가 최근 3년간 지급받지 못한 연차휴가수당·주휴수당 등을 청구했다. 대상판결의 원심은 전업 시간강사와 차등지급된 강의료 부분은 근로기준법 6조 균등대우원칙을 위반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 보고 그 청구를 인정하면서도, 각종 법정수당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은 계약에서 정한 강의시간만 해당된다고 해 이들이 모두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청구를 배척했다. 대상판결은 원심과 같이 시간강사의 소정근로시간을 계약서에 기재된 강의시간만으로 확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첫 대법원 판결이었다.
2. 판결 요지
대학의 시간강사가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의시간수가 아니라 강의와 그에 수반되는 업무, 그 밖에 임용계약 등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통상적으로 필요한 근로시간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학 강의의 특성상 강의 외 업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의시간의 정함이 곧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만약 시간강사가 대학에 근로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전체 시간이 강의시간을 초과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강의시간만을 기준으로 초단시간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근로자에게 주휴와 연차휴가를 보장하되 ‘근로시간이 매우 짧아 사업장에 대한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낮고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근로를 제공하는 일부 근로자’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주휴와 연차휴가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가 몰각되기 때문이다.
원고들의 시간강사 위촉계약서에 주당 강의시수가 기재돼 있기는 하나, 이러한 기재만으로는 주당 강의시수를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시간강사 위촉계약에 따라 원고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는 수업시간 중에 이뤄지는 강의에 국한되지 않았다. 강의 준비, 학생 관리, 평가 등의 업무는 시간강사가 강의를 할 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업무로서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근로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업무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학 시간강사들의 퇴직금을 국고에서 지원한 바 있는데, 강의시간의 세 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보는 전제에서 1주 강의시간이 5시간 이상인 시간강사를 그 지원 대상자로 삼았다. 이에 비춰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의시간의 세 배에 해당하는 시간이 대학의 시간강사가 강의와 그 수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판단하는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만 절대적 기준으로 볼 것은 아니다. 원고들의 시간강사 위촉계약의 내용, 원고들이 수행해야 하는 강의 수반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심리한 다음 원고들의 강의시간과 강의 수반 업무시간을 합한 시간이 1주 15시간 이상인지를 살펴서 원고들이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3. 검토 및 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학교법인이 시간강사와 근로계약 체결시 강의시간만을 정했을 뿐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 계약서에 기재된 강의시간을 곧바로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단할 수 없다고 본 중요한 판례다. 이러한 판단은 정형적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전국의 각 대학 시간강사는 물론, 근로시간이 아닌 근로의 양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는 소위 도급제 근로자(다수의 플랫폼 노동자가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의 판단은 사용자인 학교법인이 근로계약 체결시 ‘소정근로시간’이 필수기재 사항인데도(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 이를 위반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18조3항의 초단시간 근로자(1주 15시간 미만)에 해당된다는 근거가 돼 결론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해석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이렇게 보지 않을 경우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근로계약서에 소정근로시간을 임의로 적게 기재하는 ‘위장 단시간근로자’를 묵인할 위험이 있다. 나아가 상시적으로 1주 15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근로자에게까지 근로기준법 적용이 배제돼 초단시간 근로자 제도의 입법취지에도 역행하는 해석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어느 근로자가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될 경우 근로기준법 외에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은 물론, 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법제에서도 적용이 배제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춰 본다면, 어느 근로자가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보다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돼야 한다.
더욱이 초단시간 근로자에게 적용이 배제되는 휴일·휴가, 주휴제도의 존재 이유도 간과돼서는 안 된다. 초단시간 근로자 제도의 취지는 실제 근로시간이 명백히 적은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만약 어느 근로자가 상시적으로 통상근로자들과 동일한 근로시간 동안 노무를 제공했다면, 그 실질에 비춰 통상근로자와 동일하게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이 입법취지상 당연한 해석이다. 원심과 같이 실근로시간과 현저히 괴리된 강의시간만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보는 것은 최소한의 휴식권도 박탈된 장시간 노동환경에 근로자를 방치시킬 위험이 있고, 사용자의 처분에 따라 근로자의 휴식권을 배제하는 합의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근로자의 휴식권은 기본적인 노동권으로서 사용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돼서는 안되고, 필수적으로 보장해야 할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로 다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