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때문에 사회가 망가진다고요? 노조가 있어야 사회가 건강해지고 좋은 쪽으로 발전하는 것 아닐까요.”

조선일보를 발송하는 일을 하는 이혁수씨. 그는 조선일보 자회사인 조선IS에 노조를 만들었다. 조선일보신문발송지부다. 지부장인 그는 요새 회사와 항창 교섭 중이다. 첫 교섭이라 조율해야 할 부분이 꽤 있다. 노조사무실 제공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도 쟁점이다.

노조를 만들기까지 여정은 쉽지 않았다. 이전에도 언론노조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었지만 실제 노조설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 지부장은 “내후년이면 임금피크제에 들어가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했다”며 “후배들의 베이스캠프 같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자회사에 노조가 하나둘 생기고 있다. 지난 5월 신문발송지부에 이어 지난달 22일엔 조선일보신문인쇄지부가 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현재 언론노조에 조선미디어그룹 관련 노동조합은 이들이 전부다.

“‘잘리는 거 아냐?’ 인식 깨고 싶어”

이 지부장은 4년 전에도 노조를 시도했다. 그때를 떠올리며 그는 “회유 때문에 무너졌다”고 했다. 노조를 만든다고 하자 회사는 처우를 개선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을 믿었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이 지부장은 “회사가 노사협의회조차 외면했다”며 “4년 동안 노사협의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은 힘들게 노동조합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노조가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의 노동조건은 차이가 컸다. 동아일보 자회사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기 시작했던 1998년만 하더라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발송 노동자들 간 임금과 노동조건은 비슷했다. 이 지부장은 “동아일보는 근무여건이 유지되거나 진보하는데 우리는 임금이 굉장히 정체됐다”며 “노동조합이 없으니까 안 좋아지는 쪽으로 가는구나 싶었다”고 아쉬워했다.

노조가 생긴 뒤 조선일보 발송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엄두를 못 냈던 노동3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우리가 언제 사용자와 대등한 조건에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겠나. 주는 대로 받았다”며 “노조 하면 잘리는 거 아니냐, 피해를 본다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를 만든 뒤 변화도 실감하고 있다. 그는 “막상 만드니까 (회사도) 쿨하게 받아들이더라”며 “회사 교섭위원들이 근로기준법을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만들자마자 변화 체감

‘정해진 시간에 신문이 나와야 한다’는 압박감은 기자만의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를 인쇄하는 유영민 인쇄지부장도 신문을 빠르게 발송해야 한다는 강박을 강조하며 “인쇄 노동은 3D”라고 말했다. 또 조선일보 인쇄 노동자들은 조간신문 인쇄를 위해 새벽에 일해야 한다. 이들은 조선일보 자회사 중 하나인 선광에 고용돼 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발송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을 두고 유 지부장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유 지부장은 “우리가 나이가 좀 있다. 여기를 다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래서 이제는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해 놓아야 후배들이 뭔가 해 나갈 수 있고 회사도 발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를 만들자마자 회사가 달라진 점도 마찬가지로 고무적이다. 유 지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팀장이 직원들 업무를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서 휴가비를 다 다르게 줬는데 이번에 일률적으로 나왔더라”며 “사측도 변화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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