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합원과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노조활동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절차가 다시 불붙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제도시행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현행법 한계로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2005년 대구대리운전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그리고 조직을 전국으로 확대해 변경신청을 했으나 노동부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반려로 일관했다. 2019년 노조설립 신고를 했으나 역시 검토가 필요하다며 1년이 넘도록 시간을 끌다 2020년 7월17일에야 신고증을 교부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사흘이면 될 신고증 교부를 천 일을 기다려서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고생은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노조가 아니라 교섭하지 않겠다던 대표적 플랫폼기업 카카오모빌리티는 그 뒤 노조는 인정하지만 자신들이 ‘사용자’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교섭을 거부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의무가 확인됐음에도 행정소송을 하며 교섭을 해태하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사회적인 비판여론에 내몰려 국회의 중재로 교섭에 나섰다. 그리고 배차시스템을 유료화해 우선권을 주는 불공정한 프로서비스 제도의 폐지를 포함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대리운전기사의 처우 관련 추가 협상을 하기로 했다.

회사와 노조는 2023년 상반기 단체협약 19조에 기재된 사항과 관련해 추가적인 협상을 진행하기로 당시 단협 부칙 1조2항에 명시했다. 단협 19조는 ‘대리기사 처우개선’을 담은 조항이다. “회사는 대리요금(경유비 포함) 수준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한다”는 1항과 “회사는 승객의 일방적인 호출 취소나 운행 시작 전 승객의 지연으로 인한 취소수수료나 대기료 등과 관련된 정책을 마련한다”는 2항으로 구성돼 교섭의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는 정작 추가 협상 자리에서 임금성 사안은 교섭과 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이미 대구지역에서는 업체들과 단체교섭을 통해 보수와 관련된 합의가 이뤄졌으나 정작 대기업 카카오모빌리티는 말 같지도 않은 핑계를 대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 대리운전기사의 생계가 달린 보수와 관련한 임금성 사안이 교섭 대상이 아니라면 무엇에 대해 교섭을 하자는 것인가. 결국 교섭은 결렬됐고 조정절차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만 그럴까. 얼마 전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최저임금위원회는 준비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 정부는 이미 대리운전기사를 포함한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무제공자’ 명칭을 붙여 소득세를 전면 과세하면서도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는 데에는 인색하기만 하다. 세금은 꼬박꼬박 걷으며 혜택은 쥐꼬리인 상황에서 시행되는 고용·산재보험을 두고 현장에서는 ‘사기’라고 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가 급증해 정부 통계로도 100만명을 넘고 있어 시급하게 사회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플랫폼기업은 플랫폼 노동자를 이윤 추구의 도구로, 정부는 세금 징수의 대상으로 볼 뿐이어서 노동자들은 생존위협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사회에 전가되고 있다. 이대로 계속 두고만 볼 일인가.

‘을(乙) 중의 을’인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어렵게 노동조합을 만들어 업체들의 부당한 횡포와 사회안전망 배제로 인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열악한 노동자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보장돼야 할 노조할 권리는 정부와 자본에 의해 부정되고 무력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취약계층’ 운운하며 노조 없는 노동자 보호에 나서겠다고 한다. 진정 사회적 배제와 자발적 착취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800만명의 열악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취약계층’에서 벗어나는 길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동기본권을 전면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조법 2·3조를 제대로 개정해야 한다. 이는 양극화와 고령화, 저출산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사회의 희망을 만드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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