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련 롯데원광로지텍노조

SK하이닉스 3차 하청업체 노조 위원장 등 간부 3명이 업체 변경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거절당했다. 법원은 사측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했다며 부당해고는 물론 부당노동행위까지 인정했다.

위원장 해고되자 조합원 우르르 탈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 부장판사)는 원광로지텍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공장 물류업무는 하도급을 거듭한다. SK하이닉스→SK하이스텍→롯데글로벌로지스→진티엘에스 순으로 하도급이 내려왔다. 특히 가장 아래 있는 하청업체는 수시로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노동자들 소속도 변경됐다.

2020년 12월 진티엘에스노조가 설립됐다. 최저임금 인상률 수준에 그치는 임금인상률은 물론, 다른 업체와 비교해 각종 수당과 성과금 등이 부족한 상황에 불만을 가진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전체 노동자 60여명 중 42명이 가입했다. 이후 업체 변경에 따라 롯데원광로지텍노조로 이름을 바꾸고 가입대상을 SK하이닉스 전체 하청노동자로 넓혔다.

문제는 2022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발생했다. 노조와 협상을 이어 가던 진티엘에스이천은 2021년 11월 돌연 폐업을 선언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2년 1월 원광로지텍과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원광로지텍은 이상호 롯데원광로지텍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사무국장 3명과 자진 퇴사자를 제외한 모든 노동자의 고용을 승계했다. 노조 구심점이 사라지자 조합원 30명이 탈퇴했다.

이 위원장 등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노동자 손을 들어주자 원광로지텍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고용승계 기대권 인정

법원은 이 위원장 등의 고용승계 기대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진티엘에스이천과 원광로지텍 등 마지막 단계에 있는 하청업체 역할에 대해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인력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것”이라며 “하도급 업무 수행에서 인적 조직이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하청업체들이 물류업무 필수 장비인 화물트럭을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제공받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기존 업체 변경 과정에서 자진 퇴사자가 아닌 한 고용승계가 모두 이뤄진 점, 원광로지텍이 이전 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고용유지를 전제로 임금을 설명한 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하청업체들과 계약상 지위 인수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한 점 등을 들어 노사 모두 고용승계를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부당해고 대상이 노조 위원장 등 간부란 점에서 불이익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사측에 임금협약 성실 이행을 촉구하자 다음날 노조간부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고 일주일 뒤 고용승계를 거절했다”며 “열흘가량 뒤 사측이 노조가 서명받는 것도 사실상 방해했다는 점을 보면, 노조활동을 곤란하게 할 목적 내지 노조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의 ‘노조 혐오’가 배경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상호 위원장은 “사측은 법원 판결 이후에도 연락이 없다”며 “월 200만원 초반 임금을 받는, 퇴직을 앞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행강제금을 1억원 이상 지급하고 대형로펌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통해) 생활임금 월 190만원을 지급하면서까지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결국 대기업의 노조 혐오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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