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옥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A는 재직 중이던 회사가 코로나19로 어려워졌다. 지인이 A에게 이력서를 주면 자신이 일하는 B업체에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다. 지인은 B업체 일이 몸이 좀 고되지만 합격만 하면 계속 일할 수 있어 잘릴 걱정 없다며 지역에서 이 정도면 괜찮은 정규직 자리라고, 조카 C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후 A는 B업체 면접을 봤다. B업체 부장은 일이 힘든 곳이다, 몸은 건강하냐, 언제부터 일할 수 있냐, 일은 계속할 수 있냐 등 몇 가지 질문을 했다. B업체 부장은 A와 시용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수습 3개월 동안 문제없으면 계속 일하면 된다고 말했다.

A가 B업체에 입사하고 한 달쯤 지나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생겼다. A는 회사에 바른 말하는 노조가 좋아서 조합원이 됐다. 민주노총 노조가 B업체에 교섭을 요구하자 갑자기 D노조가 나타나서 B업체는 복수노조 사업장이 됐다. 민주노총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되자 5일간 파업을 실시했다. A도 조합원으로 파업에 참여했다. B업체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D노조 조합원 및 비조합원에게 1인당 100만원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곧 사무장, 대의원 등 조합원 3명을 해고했다. 노동위에서 사무장 등 해고는 부당해고로 판정됐고 파업 미참가자에게 1인 100만원 특별상여금 지급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B업체는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못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파업이 종료되고 부장이 A를 불러 근로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A가 몇 차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자 부장은 임금협약으로 임금이 인상됐고 근로기간도 2년 동안만 6개월씩 반복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변 동료들도 B업체는 수습기간 지나서 계속 일하면 근로계약 종료는 없다며 다 형식적으로 작성한다고 말했다.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노동자들이 입사와 무관하게 1년에 한 번 근로계약서를 썼고 교부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어느 날 지인의 조카 D가 A를 찾아왔다. 조카 D는 A에게 왜 파업에 참여했냐며 사장이 불같이 화를 냈다, 자신도 이제 도와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A는 D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민주노총 조합원이고 파업에 참여하니까 사장이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조카 D와 만나고 며칠 후 부장이 A에게 그만 나오라고 통보했다.

A와 민주노총 노조는 근로계약 종료 통보가 너무 당황스러웠다. B업체는 노동자를 공개 채용하지도 않고 근로계약서를 명확하게 작성하지도 않았고 노동자들이 수습이 지나면 다 계속 근무하고 있었다. 10년 넘게 근무한 조합원들은 개인이 힘들어서 스스로 퇴사하는 것은 봤지만 회사가 계약종료라며 해고하는 일은 못 봤다고 했다. 더욱이 A는 수습기간부터 정규직이 하던 일을 수행했다. B업체 일은 상시·지속 업무라 A가 그만두면 A자리를 위해 또 누군가를 채용해야 했다. A와 민주노총 노조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자 B업체는 그동안 본 적 없는 근로계약 종료자 명단과 A의 평가 기록을 제출했다. B업체는 A가 안전조치를 위반하는 동영상이 촬영됐고 재계약 점수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한다. B업체는 행정기관에서 안전조치 위반 경고를 받거나 민주노총 노조에서 안전조치 이행을 요구했을 때 노동자 안전조치 위반 실태를 점검하거나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한 적이 없었다.

노동위는 A에게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등에 갱신한다는 규정이 없고 근로계약 종료자가 있다는 이유로 갱신기대권이 없다고 판정했다. B업체는 민주노총 노조가 설립되자 갑자기 복수노조가 생기고 전에 없던 ‘직장 질서 유지’를 외치며 사무장 등 간부를 해고하고 파업을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업장이다. A가 다른 2년 미만 노동자들처럼 비조합원으로 남거나 복수노조 C에 가입했다면,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사장을 화나게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안전조치를 위반했지만 계속 근무하는 다른 노동자들처럼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A의 해고가 정말 정당한 것일까 반복해서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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