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경기도 안산에서 특성화고를 졸업한 장수용(23)씨의 현장실습 장소는 충남 당진이었다. 현장실습생을 다른 지역으로 파견하면 안 되는 것도, 주말에 일하면 안 되는 것도 모르고 일했다. 현장실습에서 취업으로 전환된 뒤에는 아침 7시에 출근해 새벽 1시까지 근무했다.

그러던 안산시비정규직센터의 공인노무사를 만나면서 장씨의 일상이 달라졌다. 그는 현재 안산시 특성화고 졸업 청년노동자 모임인 ‘마니또’에서 활동하고 있다. 회사에서 겪은 부당한 일을 함께 바로잡고 글쓰기나 축구, 경제연구 같은 동아리를 만들어 취미활동을 한다.

장수용씨는 “비정규노동자지원센터 덕분에 다른 현장실습생과 청년들을 만나 나 혼자만 어려움을 느낀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며 “언제든 연락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곳인 비정규노동자지원센터가 전국 곳곳에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센터 도움받은 노동자 “센터 많아졌으면”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지방정부 역할과 입법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노동자들의 사랑방으로 불리는 지역노동센터를 법제화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을 지원하는 노동권익센터·노동복지센터·비정규노동자지원센터 등의 설립·지원 근거를 조례가 아닌 법으로 명시하자는 얘기다.

토론회는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김주영·김남근·박홍배·박해철·이용우 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주최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지역의 노동정책을 지방자치단체와 위탁기관이 함께 추진하는 현재의 노동센터를 대체할 새로운 모델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지역노동센터의 한계로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른 운영의 불안정성 △저예산에 따른 사업의 영세함 등을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비정규 노동자 지원에 대한 중앙정부의 역할을 명시하고 주요 사업으로 지역노동센터를 설치하게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지원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난해 발의됐으나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센터 설립을 의무로, 중앙정부가 재정지원”

정 교수는 “(폐기된 법안에서) 지역노동센터 설립을 재량규정이 아닌 의무규정으로 둬 비용추계에 포함하도록 보완할 수 있다”며 “센터를 지자체장의 재량으로 설치하도록 하면 기존 조례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먼저 조례 등을 분석해 지자체에서 실제로 이뤄지는 비정규 노동자 지원 제도를 목록화하고 각 사업의 내용이 국가사무에 해당하는지, 자치사무에 해당하는지를 고려해 사업에 소요되는 재원의 부담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오표 성북구 노동권익센터장은 “(지역노동센터 재원을)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50:50으로 부담하는 방식이 적합하다 보고, 필요하다면 50% 부담액을 다시 광역자치단체와 지자체가 분담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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