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세계는 여전히 아름답다. 눈 감으면 우리 회사 가는 길이다. 이름을 적어 둔 내 실내화, 손 안에 잡히는 고됨과 자부. 짧은 휴식에 모이고 흩어지던 웃음들. 저녁 어스름 속 우리 집 불빛, 나를 부르는 사랑하는 것들. 그러나 눈 뜨면 아직 옥상 한가운데다. 불탄 공장 위로 내리는 더위에 몸이 젖는다. 한국옵티칼 구미공장 옥상에서 고용승계를 외치는 두 사람의 고공농성이 지난 24일 200일을 맞았다. 사측은 교섭 대신 신규 공장 앞에 출입 통제 문구와 이중문을 달았다. 경찰과 경비직원들을 벽처럼 세워 놓았다. 그런 농성이 무슨 소용이냐 하는 것처럼. 억울한들 이리된 걸 어떡하냐 하는 것처럼. 그래도 사람이란 버린다고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라서, 두고 온 것은 잃어버린 것은 아니기도 해서.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공장 앞에 하늘색 끈을 길게 이어 달았다. 옥상 위 제 몸을 버려 언어가 된 사람들이 다시 말한다. 우리, 여기, 있어. 우리, 의 세계,는 여전히 아름답,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