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교통공사 본사 전경. <인천교통공사 홈페이지>

공로연수제도를 도입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로연수는 정년퇴직 전 1년 이내로 일하지 않고 급여를 받도록 한 제도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25일 김아무개씨 등 21명이 인천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엇갈린 하급심 판결

인천교통공사는 2015년 9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기존 만 60세 정년을 유지하되 퇴직 전 3년 전부터 1년차 7%, 2년차 12%, 3년차 20%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이다. 공사는 이와 동시에 공로연수 제도를 도입하고, 퇴직연금을 확정급여형에서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했다.

김씨 등은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업무 변동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만 감액했다는 주장이다. 인천시장은 2018년 12월 ‘노사합의로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의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임금피크제 운영 변경사항을 밝혔지만, 공사는 단축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특히 공사가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입을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대상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로연수는 임금피크 3년차에 받을 수 있어, 임금피크 1~2년차에 퇴직하는 경우 삭감된 임금에 대한 보전을 받지 못 한다는 지적이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전환도 퇴직금 손실을 줄이는 수준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하급심 판단은 갈렸다. 1심은 공사측 손을 들어줬다. 공사의 대상 조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6개월 또는 1년간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급여를 그대로 받으면서 퇴직 후 사회적응에 도움이 되는 공로연수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봤다.

반면 2심은 김씨측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공로연수제도는 임금 삭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마지막 1년 내지 6개월에 집중되는데, 공로연수 시기가 도래하기 직전에 퇴직하는 경우 공로연수를 받지 못 해 삭감된 임금에 대한 보전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짚었다.

“충분한 대상 조치” 대법 판결문 적시

대법원은 공로연수 제도 도입으로 충분한 대상 조치가 실시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3년간 임금 감액 비율 합계는 다른 지역 교통 관련 공기업과 비교해도 보수의 삭감 정도가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로연수 제도로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은 정년퇴직 직전 6개월 또는 1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급여 중 80%를 지급받을 수 있다”며 “공로연수 제도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한 인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에 해당하고, 노동자의 근로시간 및 업무량 감소를 일부 수반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단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공로연수 제도를 도입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유효하다고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기존에도 다른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유·무효 판단에서 공로연수 제도 도입을 대상 조치로 인정한 원심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을 통해 확정해 왔는데, 이 사건을 통해 판결문에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이다.

노동계에선 공로연수 제도가 현실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증섭 통합인천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공로연수제만으로 임금피크제 보완이 끝났다고 할 수 없다”며 “임금피크제 1·2년차 감액률 19%를 3년차인 공로연수 기간에 합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공로연수 기간에 39% 임금을 감액해 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다른 기관들은 진작 시행했는데 공사는 해결책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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