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당대표 당선자와 후보들을 데리고 삼겹살 만찬을 한 지 하루가 지난 25일에 발표된 7월 4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은 36%의 지지도를 얻어 2주 전 대비 딱 오차범위 정도인 6%포인트 상승했다. 2주 전 국민의힘 30% 대 더불어민주당 27%로 3%포인트 격차를 보였으나, 민주당은 2%포인트 하락한 탓에 격차가 11%포인트로 벌어졌다. 정당 지지도 흐름만 보면,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통해 컨벤션효과를 본 게 되고, 민주당은 대조적으로 전당대회의 열기가 아직 뜨거워지기 전인지 컨벤션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임 한동훈 대표, 당원 중 60% 넘는 지지세
이번에 당선된 한동훈 대표는 62.84%라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직전 전당대회였던 2023년 3월에 김기현 대표는 52.93%, 그 전 윤석열 대선후보 결정 때는 47.85%, 이준석 대표는 43.81%를 득표했으니, 최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인물로는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정도 득표율이라면 민심을 20%만 반영했던 결정은 참으로 뼈아플 것 같다. 당심 100%가 전체 국민의 민심을 반영하는 데 제도적인 한계를 갖고 있으니,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민심을 반영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는데, 20%에 그친 반영 비율은 ‘시늉’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한동훈 신임 대표측이나 황우여 비대위에서 총선 패배 후 차가워진 민심을 보면서 위축된 탓인지, 민심 반영 비율을 50% 정도로 두는 파격은 없었다. 60%를 넘는 득표율을 보면 민심 반영 비율을 더 높게 정했어도 대세에 지장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국민의힘 당원 투표율 결코 낮지 않아
책임당원 투표율을 볼 때 지난해 김기현 대표 선출 전당대회 때는 55%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49%에 조금 미치지 못해 6%포인트 정도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큰 선거 직후에는 당원의 긴장감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더군다나 패배한 총선 후에 치러지는 전당대회라는 점을 생각하면 49% 정도는 높은 투표율이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패배한 민주당이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치렀을 때, 권리당원의 참여율은 40%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회고해 본다면 낮은 투표율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 중 3명이 영남 출생이거나 근거지를 두고 있었다. 김기현 울산, 안철수 부산, 천하람 대구. 이번에는 영남에 근거를 두고 있는 후보가 없었으니, 영남권에 40% 가까이 분포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구성비를 볼 때 투표율이 낮게 나타난다고 해서 당원의 참여 의욕이 약해졌다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책임당원 투표율과 한동훈 대표의 득표율을 보니, 국민의힘 지지자의 의욕이 상당히 고조돼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역대 당대표 선거 중 가장 네거티브가 심했다고들 하지만, 지지세가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한동훈 대표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당선까지 거머쥐었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되면서는 한동훈 대표의 지지도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렇지만 책임당원 중 한동훈 대표 지지도 역시 62%대로 나타나, 김건희 여사측의 공세에 꿈쩍하지 않고 견고한 지지세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막강한 응집도에 비해 컨벤션효과는 ‘글쎄’
오히려 김기현 대표를 선출한 2023년 3월 전당대회를 재해석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1년도 지나지 않은 허니문 기간에 치러진 전당대회, 그것도 당원 100%로 민심을 배제하고 당심만으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당선자가 얻은 지지도가 50%를 조금 넘는 정도였으니, 그 당시에 비하면 지금 한동훈 대표가 얻은 지지세는 실로 막강해 보인다.
그렇지만 1년 전에 비하면 이번 전당대회의 컨벤션효과는 그다지 강하게 나타나지 않아서 주목된다. 서두에 이번 전국지표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지지도 36%로 25%인 민주당과 격차를 11%포인트 벌리면서 앞서게 됐다. 23일 치러진 전당대회 기간을 걸쳐서 22일부터 3일 동안 조사한 전국지표조사에서 얻은 지지도가 2주 전 대비 6%포인트, 딱 오차범위만큼 상승해 아직 40% 선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민의힘이 22일까지 여론조사와 당원 ARS 투표를 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컨벤션효과의 기반이 되는 국민의힘 지지자 중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은 이번에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 때는 어땠는지 보자. 전국지표조사 기준 2월 3주와 3월 1주에 국민의힘은 39%의 당 지지도를 보여줘 40% 선에 거의 닿았다. 민주당은 당시 26%·27%로 12~13%포인트 격차로 열세였다. 전 저점 12월 5주 대비 7%포인트 정도 상승한 결과였다. 이번에도 전 저점인 29%(6월 2주와 4주) 대비 7%포인트 정도 상승했으니 상승폭으로는 비슷하다. 그렇다면, 전당대회 컨벤션효과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까?
상승폭은 비슷하지만, 일단 40% 선에 닿을 가능성으로 본다면 조금 약하고, 더군다나 대통령 긍정률과 연동되는 성격이 다른 것 같다. 지난해 김기현 대표 선출 때는 대통령 긍정률이 36~37% 정도였으니, 국민의힘 지지도와 비슷했다. 오히려 대통령 긍정률이 국민의힘 지지도를 견인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 긍정률이 26%로 정부 출범 이래 최하치를 맴돌다가, 전당대회 덕에 4%포인트 상승해 30%가 됐다. 그렇지만 여당 국민의힘 지지도(36%)와는 여전히 6%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지지도는 상승세를 조금 보였으나, 대통령 긍정률은 따라가고 있지 못해 전당대회 컨벤션에 의존적이지만 오롯이 그 효과를 다 얻지 못하고 있다.
민심을 20%나 반영하고도 못 얻은 민심
결국, 이번 여당의 전당대회는 철저하게 현재 권력에 대한 관심이 식고, 미래 권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 책임당원과 지지자들의 눈길은 벌써 미래 권력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윤심의 영향력이 약해지자 당대표 득표력이 강해지는 상황은 당연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빨리 심리적 이반이 나타나다니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호랑이처럼 버티고 있는 국회 다수당 대표 이재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조바심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겠고, 대통령과 영부인 관련 연이은 악재가 중도 국민에게 수용도가 낮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겠다.
그렇지만 한동훈 대표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박근혜·이명박 두 전 대통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여준 꼿꼿함으로 기억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올해 총선에서 ‘86운동권 심판론’ ‘이조심판론’ 등 네거티브로 더 잘 기억되고 있을 수도 있다. 선거 시기이니 당연하다고도 하겠으나, 네거티브만으로는 큰 선거를 이기기 어렵다는 교훈을 참패 후에야 얻은 것 같다. 더군다나 생닭 한 마리 들고 커튼 달린 고급 승용차를 타던 부조화 이미지 정치로는 서민과 중산층의 표심을 얻기 힘들다는 교훈도 얻었겠다 싶다.
게다가 민심을 20% 반영한 이번 전당대회가 100% 당심으로 치러진 지난해 전당대회보다도 컨벤션효과가 약했다는 교훈을 얻었다면, 이제 폴더 인사는 이태원 참사로 아파하는 유가족에게, 누구 지시로 물속에 들어갔는지도 모르고 생을 마감한 해병 용사 영정 앞에서, 일터에서 깔리고 갈려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와 그 유가족에게 해야 할 것이다.
메타보이스㈜ 부대표 (bongshinkim@naver.com)
인용한 여론조사
전국지표조사(NBS) :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자체적으로 이동통신사 가상번호를 활용해 전화면접조사로 진행
- 제127호(2024년 7월 4주) 7월22~24일 조사
- 제91호(2023년 3월 1주) 2월27일~3월1일 조사
※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