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호운(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늦을 수도 있지만 최저임금 결정 이후를 이야기하려 한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누군가는 ‘1만원 넘었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겨우 ‘1만30원’이라고 한다. 물론 여전히 강한 어조로 최저임금 제도가 자유시장경제에서 효율을 해친다고도 하는데, 최저임금 제도가 자유시장경제에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는 점이나 헌법적 가치는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일 뿐이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노동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그래서 내년 최저임금이 얼만지’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70원(1.7%) 올랐는데, 주요 기관들이 말하는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2.6%보다도 낮다. 물론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농담처럼 ‘1시간 일해도 최저임금으로는 국밥 한 그릇 못 먹네’라는 말이 나오곤 한다. 실제로 당장 서울에 있는 분식집에 가서 라면 한 그릇과 김밥 한 줄을 사도 1만원은 가뿐히 넘는다.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임금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는 결국 생계에 필요한 지출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린다.

한 달에 얼마 버는지와 관계 없이 누구나 위기 상황에는 지출을 조정한다. 다만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와 더 많이 버는 노동자 사이 조정하는 지출 내용이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만원 버는 사람과 1천만원 버는 사람 사이 50만원은 누군가에게는 절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5%여서 체감은 클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물가상승은 모든 이들에게 타격을 주지만, 최저임금 노동자와 더 많이 버는 노동자 사이 체감하는 물가상승의 영향은 다르다. 물가조차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회 불만은 커지고 불평등 또한 커진다. 이조차 넘어서지 못한 최저임금위원회 결과를 보면서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최저임금을 170원 올리기로 결정한 시기 즈음 일부 대기업 성과급 지급도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성과급 규모는 1년 연봉 수준에 이를 정도로 그 범위가 넓은 듯하다. 최고경영자 성과금은 이보다 훨씬 높다. 필자는 성과금을 받는 것에 관한 옳고 그름을 말하고자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성과금을 줄 수 있게 된 배경과 이를 떠받치는 노동시장 구조에 계속 비판적인 시선과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접고용과 원하청 사이 간접고용 문제, 외주화 전략이 반복되고 강화할수록 불평등은 심화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심화하는 불평등을 조금은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최저임금은 불평등과 격차해소에 어쩌면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의 결정구조 속에서는 이러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정치적 힘겨루기만 있을 뿐이다. 불평등 구조 해소 논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데, 이를 위해 결정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먼저는 공익위원 문제인데, 정부가 전원 임명하는 방식이 아닌 정부·국회·노동자·사용자가 추천해 풀을 열어두고 동의 수준이 높은 추첨 방식을 정할 수 있다. 또한 27명의 최저임금위원이 4~6월 사이에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사무국과 분과위원회가 상시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가장 거대하고 중요한 임금교섭이다. 3개월은 부족하다. 구체적 논의를 위해 상시 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은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 주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다.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더 많은 준비와 함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 (kihghd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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