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쟁의행위가 기업 경영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명확한 증거 없이는 손해배상 책임을 노조에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손해배상 제도를 앞세워 노조 쟁의행위를 제약하는 행태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는 평가다.
수원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최재원)는 신원컨트리클럽(신원CC)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일신레져가 한국노총 연대노조 전국노동평등조합 신원CC지부 조합원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사건은 단체교섭 결렬 이후 발생했다. 노사는 2021년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렬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4차례에 걸친 조정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듬해 2월25일 조정절차가 종료했다. 신원CC는 같은해 3월1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지부 사무국장을 전보 조치했다. 지부는 노조 약화를 노린 부당전보라고 주장하면서 3월7일부터 천막을 치고 대자보·현수막을 내걸고 확성기를 설치해 항의했다.
회사는 쟁의행위로 영업손실 등이 발생했다며 2022년 8월4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신원CC는 “피고들이 주도한 위법한 쟁의행위로 이 사건 골프장 이용자의 증가율이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며 “조합원들의 연장근무 거부로 추가 근무한 비조합원들에게 추가근무수당으로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2억9천8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손해 입증이 부족하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노조의 대자보, 현수막 게시 및 천막 설치로 인해 골프장 운영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이 저해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노조(지부) 내지 피고들이 소속 조합원들로 하여금 연장근로를 거부하도록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확성기 설치 등이) 위법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중략) 골프장 이용객이 다른 골프장보다 적게 증가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쟁의행위와 경영활동 손해 정도의 인과관계를 사측이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사건에서 조합원을 대리한 김주원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정당한 쟁의행위에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남발하는 사용자들의 그릇된 관행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