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대한산업안전협회 사측 고위 관계자가 노조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문자 메시지를 대량 발송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합원 연락처를 협회 내부 시스템을 통해 확보한 뒤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 2개를 이용하는 등 수법도 치밀했다. 협회 차원에서 노조 선거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제기된다.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협회 경영지원본부장 A씨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원 구약식 기소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노조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발생했다. 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운동 기간이 끝난 같은달 23일 오후 8시30분부터 투표당일인 24일 정오까지 조합원 전원에게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문자 메시지가 다량 배포된 사실을 확인했다. 특정후보를 겨냥해 “물러나야 할 이유 13가지”라는 제목을 달아 장문의 글을 배포했다. 선거에서는 비방받은 특정후보가 노조 위원장에 당선했다.

이후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11월17일 경찰에 “420명 직원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유출하고 무단 사용한 것을 수사해 달라”며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A씨가 조합원 동의 없이 협회 내부 포털에 게재된 직원 명단을 활용해 허위사실을 문자 메시지로 전송했다고 확인했다. 경찰 수사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A씨는 타인 명의 휴대번호 2개를 사용해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경찰에 특정후보 반대세력이라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고, 공공의 이익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자 보냈다고 진술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약식 기소했다.

A씨는 명예훼손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혐의에 대해서 경찰은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사건 수사보고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명예훼손을 경합범 관계라고 판단했으므로 본건을 먼저 기소하여도 기판력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명예훼손 혐의가 확인되면 또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계는 A씨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치러져야 할 노동조합 선거에 사용자가 깊숙이 지배·개입을 일삼은 것”이라며 “노조 선거를 방해하고, 사용자 편향적인 자를 위원장으로 당선시켜 어용노조화 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부당노동행위이자, 노동 3권 침해 사건이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번 사건은 부당노동행위 사건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협회 주요 관계자 등과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노총은 A씨에 대한 협회 차원의 처분이 없는 점에 대해서도 “위원장 선거에 지배·개입한 불법행위자에 대해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엄중한 처분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부당노동행위와 명예훼손·인권침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협회측은 “관련 주장에 대한 내부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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