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진 변호사(민주노총법률원)

1. 개요와 쟁점

피고 씨제이대한통운 대리점주(피고)들은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인 원고들이 2021년 12월28일 파업에 돌입하자 같은 날 원고들의 책임 배송지역인 특정 배송지에 배송할 상품의 접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집화중단 조치’를 개시했다. 피고들의 위 집화중단 조치는 원고들이 명시적인 업무복귀 의사를 밝힌 2022년 3월7일 이후부터 같은 달 22일까지 계속 유지됐다.

법원은 피고들이 2022년 3월7일부터 같은 달 22일까지 유지한 집화중단 조치는 직장폐쇄에 해당하고, 이는 공격적 직장폐쇄로서 위법하고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들에게 원고들이 집화중단 조치 유지로 인해 입은 손해인 수수료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상판결의 주요 쟁점은 △직장폐쇄가 노무수령 거부의 의사표시만으로 성립하는지 아니면 공장문 폐쇄 등 근로를 곤란하게 하는 사실행위를 필요로 하는지 △노동조합이 업무복귀 의사를 밝혔음에도 집화중단 조치를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것을 방어적인 목적에서 벗어난 공격적 직장폐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집화중단 조치’의 직장폐쇄 해당 여부

직장폐쇄의 성립에 관해 △사용자의 노무수령 거부 의사표시만으로 성립한다는 견해(의사표시설)와 △공장 출입문 폐쇄, 체류자 퇴거요구 등 근로를 곤란하게 하는 사실행위까지 필요로 한다는 견해(사실행위설) 대립이 있으나, 명시적인 판결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6호에서 직장폐쇄를 사용자의 쟁의행위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항해 근로자에 대해 그 노무의 수령을 집단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경우 직장폐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생산시설로부터 근로자를 축출하는 사실행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노무수령 거부 의사를 외부에 표출해 근로자에게 이를 전달할 정도의 표시가 있으면 직장폐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고들과 같은 택배기사들은 소속된 대리점에서 일정한 구역을 할당받고, 해당 구역에 대한 집화코드를 발급받는데, 택배기사에 대한 ‘집화중단 조치’가 이뤄질 경우 해당 택배기사가 담당하는 구역의 택배물품에 대한 집화 자체가 불가능하고, 당연히 위 배송구역을 담당하는 기사는 배송할 물건이 입고되지 않아 배송할 수 없게 되므로 집화중단 조치는 택배노조 조합원들의 노무수령을 거부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측면이 있어 실질적으로 직장폐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피고인 대리점주들은 택배기사인 원고들의 집배점의 출입을 금지하지 않았고, 원고들이 할당받은 구역에 대한 상품 전체의 발송을 금지한 것이 아니므로 ‘집화중단 조치’는 직장폐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극히 일부 상품의 집화 및 배송이 가능했다더라도 택배기사인 원고들의 주요 배송업무를 불가능하게 하는 집화중단 조치는 집단적 노무수령 거부에 해당하고 △파업에 참가한 택배기사에 대한 노무수령을 거부한 것은 택배노조 조합원의 쟁의행위에 대항해 이루어진 것이어서 직장폐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3. 업무복귀 의사에도 ‘집화중단 조치’ 유지, 정당한 직장폐쇄인가

대법원은 어느 시점 이후에 근로자가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진정으로 업무에 복귀할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공격적 직장폐쇄로 성격이 변질됐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이후의 직장폐쇄는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본다(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2다85335 판결).

대상판결은 △택배노조는 2022년 3월3일 쟁의행위를 종료하며 택배기사들이 정상적인 업무를 2022년 3월7일부터 진행할 것임을 공지하는 공문을 각 택배 대리점에 발송했던 점 △조합원인 원고들은 2022년 3월4일부터 2022년 3월5일 이틀 동안 사업장에 복귀해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준비를 한 점 △그럼에도 피고들은 2022년 3월7일 이후에도 원고들에 대한 집화중단 조치를 해지하지 않은 점 △이로 인해 원고들은 쟁의행위 종료 이후 매일 대리점으로 출근을 했음에도 2022년 3월22일까지 담당하는 배송구역 물품이 입고되지 않아 배송업무를 전혀 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춰 피고들은 원고들이 쟁의행위를 종료하고 업무복귀 의사를 밝혔음에도 집화중단 조치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방어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공격적 직장폐쇄로 변질됐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원고들은 △폭력을 행사하거나 생산시설을 점거한 사실이 없고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집단적·명시적으로 표시했음에도, 피고들이 16일 동안 집화중단 조치를 유지한 것은 상당성 요건의 흠결로 봤다.

4. 결론

대상판결은 물리적으로 공장문을 폐쇄하거나 체류자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등 사실행위가 없더라도,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노무수령 거부 의사를 외부에 표출해 근로자에게 이를 전달할 정도의 표시행위가 있으면 직장폐쇄가 성립한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현대에는 전통적 의미의 공장 생산직 근로자들 외 택배업과 같은 물류업·사회서비스업·방문판매업 등 특정 근무장소에 구속되지 않은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물리적으로 특정 장소의 출입을 금지하지 않더라도 쟁의행위 참가 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집단적 노무수령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경우 직장폐쇄로서 그 정당성을 다퉈볼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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