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하도록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9조2항, 29조의2 1항 본문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 결론을 보면 헌법재판소의 2012년 합헌 결정(2011헌마338)과 동일하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종전과 달리 9명 재판관 중 4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밝혔다.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시행 10여년 동안 제도의 문제점이 대법원 판결, 적용실태 등을 통해 확인됐다는 방증이다.
재판관 5명 법정의견의 합헌 논리는 2012년 합헌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별교섭, 교섭단위 분리·공정대표의무 등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가 있어서, 침해 최소성 요건이 충족되고 근로조건 통일 공익은 큰 반면 단체교섭권 제한은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 동안 한정되는 잠정적인 것이어서 법익 균형성 요건도 갖췄다는 판단이다. 법정의견은 침해의 최소성을 검토하면서,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도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는 절차에 참여함으로써 단체교섭에서 교섭대표노조가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 설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실질적 대등성의 토대 위에서 이뤄낸 결과를 함께 향유하는 주체가 된다고 전제했다. 그런데 교섭대표를 선출하는 것도 아닌, 어느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될지 결정하는 절차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실질적 대등성의 토대가 된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논리가 타당하려면 교섭대표노조가 실질적인 교섭대표로서 권한을 가질 뿐만 아니라 책임도 지는 제도여야 한다. 그러나 현 제도하에서 소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를 통해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는 건 허상에 불과하다. 교섭대표노조는 소수노조에 형식적으로 자료를 제공하고 의견청취만 하면 되고, 소수노조 조합원들은 잠정합의안 확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교섭대표노조가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그 단체협약의 효력은 유효하게 적용된다. 이처럼 법정의견은 소수노조 단체교섭권의 침해 정도, 그 심각성을 간과하고 선례를 따랐다.
반면 4명 헌법불합치 위헌 의견은 노조법 위 조항들에 따르면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와 그 조합원의 단체교섭권 행사가 전면적으로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시하고 이러한 문제점의 보완 조치가 충분한지 살펴봤다. 이 지점에서부터 법정의견과 차이를 보인다. 조합원들이 스스로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조, 스스로 선출한 대표자가 직접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는 한, 그 노조와 조합원들의 단체교섭권은 전면적으로 제한된다. 때문에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중요하다.
4명의 헌법재판관은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을 이렇게 설시했다.
첫째, 노조법은 교섭대표노조가 사용자와 잠정적으로 합의한 단체협약안에 대한 확정절차에서 소수노조가 참여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 밖에 정보제공이나 단순 의견수렴 등의 절차 외에 소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둘째, 사안에 따라 개별교섭이 필요한 경우에는 노조에 개별교섭 신청권을 인정해 노동위원회가 개별교섭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둠으로써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자율적 개별교섭은 사용자가 상대하는 노조에 따라 자의적으로 교섭방법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
셋째, 현행 교섭단위 분리 제도는 분리 인정기준이 비교적 엄격하고, 노사 자율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합헌성을 담보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이제 국회가 귀를 기울이고 노동자들의 온전한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해 나설 차례다. 헌법재판소의 합헌이라는 결론은 결코 제도의 위헌성을 사라지게 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