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찌는 더위가 계속이다. 가장 더웠던 2018년보다 올해 6월 폭염일수가 이미 더 많아졌다는 뉴스다. 폭염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를 전국 평균값으로 계산한 수치다. 이대로라면 7·8월에는 폭염과 홍수·태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2018년에도 4천500명 이상의 온열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48명이었다고 한다. 온열환자 절반 가까이는 야외 작업장에서 발생한다.
이렇게 기후재난은 이제 매우 가깝고 위협적으로 우리의 일상에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이미 1.4°C 이상 상승한 지구 체온은 한 번 올라가면 내릴 방법은 없다. 지구를 위한 해열제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0.1°C라도 더 오르지 못하게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더 내면서도, 동시에 이미 닥친 기후재난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흔히 ‘기후적응’이라는 것 말이다.
당장 정부와 기업은 올여름 온열질환으로 위험에 빠질 시민들에 대한 대책은 세워 놓고 있을까? 위험이 닥쳐도 빠른 조치가 어려운 독거노인들이 열대야 등으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지방정부들은 준비하고 있나? 특히 폭염날씨에 야외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안전을 위해 작업을 중지시키는 시스템은 있나?
고작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안에,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거나 ‘휴게시설’을 설치하라는 것으로 기후재난에 대비할 수 있을까? ‘온열질환 예방 자율 점검표’가 아니라, 스페인처럼 필요하다면 극심한 폭염일 한낮 야외작업 노동을 금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기후 대응과 관련해서 지금까지는 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규제방안이 다각도로 논의되거나 준비돼 왔다. 반면 심각해지는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규제 도입 이슈는 아직 공론장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미 2년 전 여름 폭우로 반지하 참사가 나면서 기후재난에 취약한 반지하 주거의 문제점이 제기되지 않았나? 마찬가지로 사후에 뒷수습이 아니라 예방적 차원에서 폭염에 대한 조치와 규제의 틀이 있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폭염일 야외노동을 금지하는 것이다.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때마다 단골로 따라 나오는 반론이 있다. 온실가스 규제에 이어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규제까지 겹치면 비즈니스가 위축되고 심지어 혁신이 방해될 거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엄격한 교통 법규를 만들고, 짜임새 있게 교통신호 체계를 도입하며, 교통 위반에 대해 강력한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 도로 위의 자동차를 억제하는 정책인가? 오히려 반대다. 교통규제가 철저할수록 사람들이 더 자동차를 많이 가지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좋은 규제’는 혁신을 촉진시킨다. 지금처럼 항공산업이 과도할 정도로 발전한 것 역시 사실은 규제 때문이다. 항공기 기술이 초창기이던 한 세기 전에는 아무런 규제도 없었고 그 때문에 항공기 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나 웬만한 모험가 말고는 아무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항공기 제작과 운항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법규를 만들고 나서야 비로소 항공기가 가장 안전한 수송 수단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이제 21세기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좋은 규제’는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그것은 자동차를 더 많이 가져 나오게 하는 규제나, 비행기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하는 규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시대에 시급히 도입해야 하는 ‘좋은 규제’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규제, 그리고 기후재난에서 시민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규제다.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걸 감수하고, 기후재난으로 시민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걸 외면하고 비즈니스를 위해 규제 완화만을 요구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중단해야 한다. 모험가이자 유명한 친환경 기업 파타고니아 부사장을 지냈던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는 “죽은 지구에 비즈니스도 없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지구생태계 안에서 시민의 삶이 안전해야 비즈니스도 번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기업가다.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bkkim21kr@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