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주말, 이주노동자센터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로 붐빈다. 대다수가 퇴직금, 연차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찾아온다. 잘 알다시피,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면 발생한다.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계속근로기간 1년 이하일 때 최대 11개, 1년 초과일 때 15개 이상의 연차수당이 발생한다. 이주노동자들도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출근일지, 급여명세서, 통장 입금 내역 등을 가지고 와 “형님, 사장님이 퇴직금이랑 연차수당 안 줘요.” 하며 상담을 요청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형님(이주노동자 대다수는 노무사가 아닌 형님이라고 부른다)이 된 나는 이주노동자가 가지고 온 자료를 검토하며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지를 확인한다. 이주노동자는 자신이 한 공장에서 1년 이상 일을 했으므로 당연히 퇴직금, 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대부분은 큰 문제 없이 해결할 수 있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바로 1년 미만으로 ‘쪼개기 계약’을 한 경우다.
대부분 원청사업장(이주노동자들은 ‘공장’이라고 한다)은 이주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인원수 조정 등을 탄력적으로 하기 위해, 인건비를 적게 지출하기 위해(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등록·미등록을 구분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를 공급받기 위해, 즉 노동관계법령을 잠탈하기 위해 직접 고용을 꺼린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넘쳐난다. ‘그럼 이주노동자는 어디 소속이야?’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들은 바로 원청사업장의 하청업체, 용역업체(이주노동자들은 ‘사무소’라 한다)를 통해 ‘간접’ 고용한 자들이다. 원청사업장은 형식적으로 하청업체와 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실질적으로 하청업체가 고용한 이주노동자들을 사용한다. 이 경우는 파견법 적용을 피하고자 형식이라도 갖추는 것이다. 대놓고 불법파견을 받기도 한다. 원청사업장은 인건비를 포함한 금액을 하청업체 등에게 지급한다. 여기서 원청사업장은 퇴직금, 연차수당 등을 포함한 금액을 인건비로 지급하지 않는다. 원청사업장이 간접고용을 하는 이유가 그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하청업체는 퇴직금, 연차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을 마련한다. 앞서 언급한 ‘1년 미만 쪼개기’를 하는 것이다. 간혹 원청사업장이 퇴직금, 연차수당 등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하청업체가 그 돈을 착취하기 위해 ‘1년 미만 쪼개기’를 한다. 어떤 경우든 ‘1년 미만 쪼개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1년 이상 같은 ‘공장’에서 일한 이주노동자는 ‘사무실’ 사장에게 퇴직금, 연차수당을 요구한다. 하지만 ‘사무실’ 사장은 이를 외면한다. 이주노동자는 부당하다며 이주노동자센터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한국에는 ‘정의로운’ 근로기준법이 있으므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들은 공장에서‘만’ 1년 이상 근무한 것이지, 11개월, 3개월 등 1년 미만 단위로 각자 다른 ‘사무실’에 고용되어 수차례 계속근로기간이 쪼개져 있었고, 퇴직금·연차수당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국 사람들은 다 받아요…”하며 실망한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센터는 이런 사례를 모아 ‘고용승계’ ‘불법파견’ 등을 주장하며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다. 법정 의무를 피하려 꼼수를 쓴 원청과 퇴직금 등을 착취한 하청업체 등에 이주노동자의 계속근로기간을 인정하고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고 주장한다. 증거자료가 많거나, 과거 사례가 있는 사업장, 적극적인 근로감독관 등 조건이 맞으면 계속근로기간을 인정받고 사건이 잘 마무리되기도 한다. 하지만 증거자료가 부족하고, 특히 일부 소극적인 근로감독관을 만나면 사건은 난항을 겪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증거자료가 없다” “법적 근거가 없다”고 얘기하며 사건을 종결시킨다.
‘그들만의 문제 아냐?’라고 물을 수 있다. 아니다. ‘1년 미만 쪼개기’ 문제는 아주 오래된 쟁점이다. 같은 방식으로 한국인에게도 성행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정부·국회·정치권은 사용자의 꼼수를 그저 방관하고 있다. 그 방관이 한국을 경험하는 이주노동자에게도 미쳐 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수백억’ 순방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격에 더욱 이로울 것이다. 표를 가진 한국 노동자들에게도 이로운 건 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