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뜨거운 볕 아래에 떠돌다 보니, 어이쿠 이번 여름은 또 어찌 나려나 싶어 심란했다. 빨래는 잘 마르겠다 싶어 올라간 옥상에서 다 말라 죽어 가는 바질과 토마토와 토란을 보고는 아차 싶어 물을 줬다. 돌보지 않아도 작은 텃밭 작은 틈마다 빼곡하게 올라와 무성했던 잡초들도 고개를 떨궜다. 태양은 힘도 세지. 만물을 키우는데, 죽이기도 하는구나. 낡은 몸뚱이에도 한낱 땡볕은 위협적인 것이어서, 나는 손수건과 선크림, 또 팔토시 따위 여름나기 용품을 주섬주섬 챙겨 둔다. 그런 것 없이도 잘만 돌아다니던 시절은 한때 뽀얗다는 말도 듣던 내 피부와 함께 저 멀리 가 버렸다. 맹렬하게 솟구치는 땀이 부쩍 깊은 주름 타고 흐른다. 건식 사우나 같던 차량에 들어 룸미러를 살피니 꼴이 사납다. 고난의 계절이다. 모일 때마다 비가 쏟아졌던 어느 노조 사람들 위로 이번엔 땡볕이 쏟아진다. 빈틈없이 가렸지만 달아오른 그 열기를 어쩌질 못해 얼음물이 활약할 때다. 제법 큰 위안이 된다는 걸, 길에서 버티느라 땀 흘려본 사람은 안다. 온갖 부당함과 싸우는 단결 투쟁은 이 여름 더위와도 본격 싸움에 나선다. 그 와중에 집회 열기가 높아, 사람들은 이열치열, 익숙한 사자성어를 곱씹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