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노동자를 배제한 정부 행정이 위법한 것인지를 따져 묻는 ‘정의로운 전환 소송’ 1차전에서 노동자가 졌다. 소송 당사자인 전력연맹 등은 즉각 항소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로 소송 참가자를 넓힌 추가소송을 준비하기로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전력연맹 등이 제기한 ‘정의로운 전환에 반하는 국가기본계획 의결 위법확인’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했다. 소송을 제기한 입장에서는 패소와 다름없다.
전력연맹 등 전력산업 8개 노조·연맹은 지난해 7월11일 정부를 상대로 이해관계자가 빠진 채 결정한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냈다. 같은해 4월10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2기)는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노동자위원이 배제된 2기 탄소중립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의 취지를 어긴 것이어서 위법하고, 위법한 탄소중립위가 내놓은 기본계획도 무효로 봐야 한다는 소송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는 위원회 위원을 위촉할 때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재판부는 각하 결정을 하면서 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맹 관계자는 “탄소중립기본계획은 전력노동자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없는 국가 정책이고, 행정처분으로서 얻게 될 실효도 없다는 정부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수용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아쉬워했다. 연맹은 이날 곧바로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연맹은 “피해를 입게 되는 노동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방기하겠다는 정부 행태는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이해당사자 의견을 듣도록 한)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명백히 잘못된 재판부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연맹은 환경·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추가 소송도 준비한다. 2기 탄소중립위에서 배제된 여성·청년 등을 대변하는 단체와 손잡을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