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태국 방콕에서 태국제조업노동총연맹(CILT)은 유럽연합(EU) 대표단이 만나 자유무역협정(FTA)에 국제노동기준을 포함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Industriall>
▲ 지난달 29일 태국 방콕에서 태국제조업노동총연맹(CILT)은 유럽연합(EU) 대표단이 만나 자유무역협정(FTA)에 국제노동기준을 포함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Industriall>

태국에서 지난 10~11일 열린 ‘사회적 대화와 국제노동기준’ 노조간부 교육에 참가했다. 인더스트리올(IndustriALL) 글로벌노조와 태국제조업노동총연맹(CILT)이 공동으로 주최한 교육은 스웨덴제조업노조(IF Metall)와 스웨덴사무직노조(Unionen)가 스웨덴노조국제협력위원회(Union to Union)를 통해 지원한 재정으로 진행되었다.

교육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프라싯 CILT 위원장의 태국 노동운동 소개였다. 그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태국 노동자는 4천만명이다. 그 가운데 사회보장법의 적용을 받는 공식경제 노동자는 절반에 못미치는 1천910만명, 비공식경제 노동자는 2천100만명, 외국인노동자는 274만명,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부문 노동자는 353만명이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는 52만4천778명에 불과해 노조 조직률은 전체 노동자 4천만명 기준으로 1%를 조금 넘는다. 공식경제와 공공부문 노동자로 기준을 좁혀도 노조조직률은 2%대에 불과하다. 조직 노동자는 1천826개 노조에 속해 있으며, 이중 민간부문 노조는 1천306개다. 모두 기업별노조다.

프라싯 위원장은 태국의 노조조직률이 1~2%에 그치는 이유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억압하고 있는 법제도를 꼽았다. 노조설립이 신고제가 아니라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다. 유사 산업의 연맹들을 통합해 상급단체의 규모를 키우고 싶어도 정부의 ‘산업별 분류 코드’에서 동종 업종으로 분류되지 않을 경우 등록증을 받을 수 없다. 다양한 업종에 기반한 연맹들의 결합체인 CILT도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해 ‘법외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위노조의 현장활동과 단체교섭 지원을 하는 상급단체인데도 사용자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태국의 노동기본권이 열악한 상황은 노동권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인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의 비준에서도 잘 드러난다. ILO 협약 191개 가운데 태국이 비준한 협약은 19개에 불과하다. 기본협약 10개 중에서 결사의 자유 협약 87호, 단체교섭권 협약 98호, 직업안전보건 협약 155호 등 3개를 비준하지 않았다. 정부의 노동행정과 노동정책 의무를 규정한 우선협약 4개 중에서는 근로감독 협약 81호, 농업 근로감독 협약 129호, 노사정 협의 협약 144호 등 3개를 비준하지 않았다. 반면에 ILO 협약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177개 기술협약 중에서는 11개만 비준하고 있을 뿐이다.

프라싯 위원장은 노동권을 개선하는 돌파구를 ILO 협약 87호와 98호 비준 투쟁에서 찾았다. 태국 정부가 유럽연합과 협상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에 87호와 98호를 비롯한 ILO 기본협약 존중을 약속하도록 태국 정부와 유럽연합을 압박하는 로비와 캠페인을 조직하겠다는 것이다.

필자가 태국에서 마지막으로 노조 교육을 진행한 10년 전의 노조 조직률도 1~2%에 불과했다. 지난 10년 동안 태국 노동조합은 고군분투했지만,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근저에는 노동권 억압 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태국 정부와 유럽연합(EU) 간의 FTA 협상 과정에서 태국 노동조합이 노동권 개선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여러 고민을 안고 다음 행선지인 프놈펜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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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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