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연 공인노무사      ​​​​​​​     ​​​​​​​      (양경규 정의당 의원 선임비서관)
▲ 최강연 공인노무사​ (양경규 정의당 의원 선임비서관)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하는 ‘가짜 3.3’이 판을 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호부호형을 못 했다는데 21세기에는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못한다. 가짜 3.3은 사용자가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에게 사업소득세(3.3%)를 납부하게 해 사업소득자로 위장하는 노무관리 수법이다.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최저임금 보장, 4대 보험, 노동시간 규제도 받지 않는다.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노동자는 고용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운영하는 전국 70여개의 쿠팡 캠프에 대한 사회보험 미가입 전수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

지난해 제주 지역 쿠팡 캠프 운영을 위탁받은 물류업체 A사는 노동자들로부터 ‘사회보험 미가입 책임각서’ ‘서약서’ ‘용역(사업)소득계약서‘라는 서류를 받아 왔다. 당시 근로복지공단 조사로 1천652명의 산재보험과 1천594명의 고용보험 미신고가 드러났다. 정의당에 온 제보로 시작해 이번 전수조사의 발단이 된 해당 사건은 노동부 근로감독에서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서류들이 미비했음이 밝혀졌다. 또한 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쿠팡 경기 김포·인천 캠프에서 4대 보험 미가입 및 근로기준법 등 위반 의혹에 대한 공익신고가 접수돼 근로복지공단이 조사한 결과 3천698명의 산재·고용보험 미신고가 적발됐다. B사는 주로 일용직 노동자들과 1일 단위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실제로는 사회보험 납부 대신 사업소득세 3.3%를 떼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대규모 적발에도 과태료 부과 사업장 최고한도로 인해 과태료는 소액에 그쳤다. 사용자에게 4대 보험 가입 의무를 면탈하고, 적발되면 약간의 과태료를 내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때문에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거나 과태료 부과액을 상향해야 한다.

원청 쿠팡CLS 근로감독해야
국민연금·건강보험 미가입 수사의뢰 필요

근로복지공단이 쿠팡 캠프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이 사건에서 원청인 CLS를 지우면 안 된다. CLS는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다. 각 캠프는 배송에 필요한 소분·세척·신호수·포장·분류 업무를 하고, 택배노동자들이 배달을 한다. CLS는 이 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이 업무는 CLS의 주된 업무로서 원청의 사업체계에 편입돼 있다. 용역업체들은 직접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독립적인 시설을 갖추지 못한 채 CLS의 시스템을 활용해 노동자를 관리하기만 할 뿐 독자적으로 이윤을 창출하지도 못하는 데다 언제라도 CLS가 물량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늘 불안정한 상태다. 물량 조정과 계약해지 권한을 CLS가 일방적으로 갖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언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CLS일 수밖에 없다. 원청인 CLS의 개입 여부와 불법파견 가능성에 대해 노동부가 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 지난 2020년 노동부에 적발된 마켓컬리 물류센터의 불법파견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연금·건강보험 미가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사용자가 노동자의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가입을 방해하고, 사회보험료 부담의 증가를 기피할 목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노동자에게 불리한 대우를 했다면 벌칙 적용(국민연금법 119조 및 128조, 국민건강보험법 93조 및 115조)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도 노동부 조사 결과를 참고해 미신고 건이 확인된 업체에 대해 조사 및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두 공단이 수사의뢰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결국 가짜 3.3을 방치하는 것이고, 해당 법 조항을 사문화시킬 뿐이다.

‘노동약자 지원법’ 아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어디 쿠팡 캠프뿐인가. 정의당은 202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아한 청년들’이 운영하는 ‘배달의 민족 B마트’ 물류센터 파견업체가 ‘산재보상 포기 강요, 4대 보험 미가입, 3.3% 차감’ 내용이 담긴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헌법을 무시하고 ‘근로기준법’ 시대가 저물었다며 ‘노동자유계약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횡행한다. 노동자성을 피해 간 윤석열 정부의 ‘노동약자 지원법’은 허울에 불과하다. 근로관계를 노예임차 또는 용역임차의 관계로 파악한 초기 자본주의 사회의 법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노동력은 노동자는 물론 그들의 인간성·자율성·존엄성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생산의 투입물이므로 법의 보호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사용자의 형식적 위장술로 노동자성을 쉽게 부정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노동권 차별 지대를 양산하는 가짜 3.3을 막고, 일하는 사람 모두가 노동권을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의당이 22대 국회에서 원외정당이 됐지만 가짜 3.3으로 고통받는 노동관계법 밖의 노동자들과 함께 ‘6411정신’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 국민의 노동조합으로 바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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