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특수고용 노동자처럼 실질에서는 노동자인데도 개인사업자, 즉 자영업자로 일하는 노동자 규모가 상당하다.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추정한 특수고용 노동자 규모는 220만9천여명이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플랫폼 노동에서 드러난 것처럼 자본편향적 기술 진보의 결과, 새로운 노동력 조달 형태 또한 점증해 왔기에 지금은 규모가 더 클 것이다.

한국 사회 특수고용 노동자 중에는 플랫폼 노동처럼 기술 변화에 따라 새롭게 주목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도 있지만 전통적 특수고용 노동자 또한 존재한다. 레미콘·덤프·대리운전·퀵서비스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전통적이든 새롭든 특수고용 노동자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가짜 3.3 노동자’라는 점이다. 소득(수입)에 따른 세금을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 3.3%를 납부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숨어 있는 가짜 3.3 찾아내기

최초로 가짜 3.3 노동자 실태를 전면조사한 2022년 권리찾기유니온의 실태조사를 보면 업종·직종을 불문하고 가짜 3.3 노동자가 취약·주변부 노동자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3.3 노동자가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음을 드러낸 의미 있는 조사다. 해당 조사는 가짜 3.3 노동자의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사장님 위장형’ 사례와 함께 가짜 3.3 노동자 근절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필자가 일하는 연구소를 포함, 경기도 지역 노동센터·단체가 경기도 노동국과 함께 2020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노동권익서포터즈’다. 경기도에 소재한 편의점·커피점·제과점·햄버거점·피자점 등 프랜차이즈 업태에서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의 노동권익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주로 청년층이 단시간으로 취업하는 프랜차이즈 서비스 업종·직종들은 노동조건도 열악하고 대체로 5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라는 점에서 사업주에 의한 근로기준법 위반 등 노동기본권 유린 정도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위 사업에는 단시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간략한 실태조사가 포함돼 있다. 기초 인적사항과 더불어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시급, 노동시간, 고객갑질 실태 등을 파악해 왔다. 2023년부터는 사업소득세 공제 여부, 즉 가짜 3.3 노동자인지 아닌지도 파악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편의점 단시간 노동자가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인지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2023년 경기도 노동권익서포터즈 실태조사 사업에 참여한 프랜차이즈 단시간 노동자는 총 8천482명이었다. 사업소득세 공제 여부 문항에 응답한 노동자는 8천84명이며 이 중 19.6%인 1천583명이 사업소득세를 납부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프랜차이즈 단시간 노동자 5명 중 1명이 가짜 3.3 노동자인 셈이다. 조사 참여자의 주관적인 답변이라는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본인의 세금공제를 사업소득세 3.3%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실제 가짜 3.3 노동자일 가능성이 높다. 4천879명(57.5%)은 자신의 임금에서 근로소득세를 공제하는지, 또는 사업소득세를 공제하는지 잘 모른다고 밝혔다. 실제 가짜 3.3 노동자는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 형태로 노무를 제공할 수 없는 일인데도 의외로 우리 주변에 가짜 3.3 노동자가 침윤돼 왔음을 알 수 있다.

똑같은 편의점 브랜드인데 어떤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단시간 노동자고, 또 다른 곳은 개인사업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누가 가짜 3.3 노동자인지 살펴보면 성별에서는 여성, 업태에서는 커피점·햄버거점·피자점에서 가짜 3.3 노동자 비율이 높으며, 연령에서는 30대와 40대에서 높은 편이다. 권익서포터즈가 조사를 진행하면서 확인한 사항은 청년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사업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30대와 40대에서는 실수령 임금 극대화를 위해 암묵적으로 개인사업자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세율은 최저 6%를 넘지만 사업소득세는 3.3%만 공제하면서 사회보험료를 부담하지 않기에 노동자 입장에서는 실수령액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 잠식하는 가짜 3.3 노동자

가짜 3.3 노동자는 전형적인 편법·탈법·불법 고용계약이다. 강압에 의한 것이든 유인에 의한 것이든 실질에서는 고용관계인데도 사업자 간 계약관계로 위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부여해야 할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회피할 수 있다. 노동 당국 또한 외형상의 사업자 간 계약관계를 이유로 관리·감독을 회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가짜 3.3 노동자이기에 이를 바로잡아 달라는 노동자 요구를 사업자 계약관계를 이유로 오히려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클린턴 정부에서 노사관계 개혁 보고서를 작성한 던롭(Dunlop)은 독립 도급계약(Independent Contractor)이 노동법적 보호를 회피하려는 고용관계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회보험료 미납에 따른 사회안전망 재원 감소와 사회보험 미가입자 증가로 비롯될 미래의 복지 부담 증가, 근로소득세보다 낮은 세율로 인한 중장기 재원 감소 등 정부의 재정 여력을 악화시키고 사회복지 체계의 토대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짜 3.3 노동자 문제는 한마디로 노동자 보호라는 사용자 부담 회피를 넘어서 탈세로 정부의 재정 여력을 잠식하는, 악의적 고용관계다.

프랜차이즈 본사, 전향적 대응 나서야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과 더불어 1차적으로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전향적 대응이 필요하다. 단시간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주장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가 선도적으로 가짜 3.3 노동자 근절에 나서야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체는 전국적인 전산망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산망에서 개별 점포를 식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프랜차이즈 점주가 단시간 노동자 채용시 반드시 전산망을 통해 표준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임금 지급시 전산망을 통해 각종 제세공과금을 원천징수 후 임금명세서를 교부하도록 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료를 플랫폼 중개업체가 원천징수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프랜차이즈 점주의 원천징수 정보를 국세청과 공유함으로써 단시간 노동자가 가짜 3.3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가맹점주 교육시, 노동법 교육을 강화해 프랜차이즈 업계 내 가짜 3.3 노동자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노동부와 함께 가짜 3.3. 노동자 문제 해결에서 핵심 주체는 국세청이다. 모든 과세와 징세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국가기구이기 때문이다. 던롭 또한 노사관계 개혁 보고서에서 위장 자영업자 식별에 미국 국세청(IRS)이 노동부와 함께 핵심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용관계로 의심되는 사업소득세 납부자를 선별·감독함과 아울러 탈세 처벌 및 징벌적 과세를 통해 국세청이 가짜 3.3 노동자 근절에 기여할 수 있다.

2023년 1월, 권리찾기유니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국세청은 노동부와의 협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더 이상의 가짜 3.3 노동자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과세 및 징세에만 머무르고 있는 국세청 역할의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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