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자가 심상치 않다.
보수 성향자 중 국정 긍정률이 총선 이후 급락해 40% 선을 하향돌파한 결과가 나왔다. 5월 2주에 39%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정부들어 보수 성향자의 국정 긍정률로는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해 이례적이다. 한국갤럽이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 데일리 오피니언 보고서에 등장하는 이 결과는 통계표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올해 총선 직전인 3월 4주에는 보수 성향자 중 65%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 평가했다는 사실과 비교해 보면 더 드라마틱하다. 총선 이후 첫 조사였던 4월 3주 조사에서 보수 성향자 중 긍정률은 45%로 나타나, 직전 65% 대비 무려 20%포인트가 하락했다. 전체 평균에서는 총선 직전 34%였던 긍정률이 총선 후에 11%포인트가 하락한 23%였던 것과 함께 본다면, 보수 성향자 중 하락 폭이 더 컸다. 이번 정부 들어 가장 낮은 국정 긍정률 23%는 보수 성향자가 이끈 결과라고도 해석 가능하다.
한 주 더 지난 4월 4주에는 전체 국정 긍정률은 24%로 1%포인트 상승했지만 오차범위 내의 변동이라 횡보하는 것이고, 근로자의날이 낀 5월 첫 주를 건너뛰고 두 주 후 5월 2주에도 24%로 그대로였다. 이렇게 24%로 횡보하는 기간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다. 이번 정부 들어 처음 영수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의제를 미리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두 시간 정도 국정 관심사를 논했다고 하니 언론이 앞다퉈 보도를 할 만 했다. 그런데 전체 평균 국정 긍정률은 꿈쩍도 않고 횡보했다. 여기에다 보수 성향자 중 국정 긍정률은 오차범위 내에서 6%포인트 하락해 이번 정부들어 보수 성향자 중 국정 긍정률로는 가장 낮은 39%가 된 거다.
전 고점인 총선 직전 조사에서 보수 성향자 중 국정 긍정률은 65%,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효과가 반영된 최근 39% 사이에는 26%포인트라는 큰 폭의 변동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렇게 큰 변화는 쉽게 볼 수 있는 변화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국정 평가를 보수 성향자 중에서 이렇게 박하게 주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2016년 촛불 정국에서도 비슷했다
2016년 국정농단으로 촛불이 타오르던 시기로 가 보자. 2016년 10월 3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 긍정률은 전체 평균 25%였다. 지금 24%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보수 성향자 중에서는 41%가 박 전 대통령을 긍정 평가했다. 지금 39%와 아주 큰 차이가 아니다. 한 주 더 지나서 국정 긍정률이 17%가 돼 20% 선이 돌파 당할 때, 보수 성향자 중에서 국정 긍정률은 23%였다. 전체 평균 8%포인트 하락할 때, 보수 성향자 중에서는 18%포인트가 하락했다. 국정 긍정률이 30% 아래에 낮게 형성돼 있을 때에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 어느 정도인지를 논하기보다는, 긍정률을 지탱하던 지지자 중 큰 폭 하락이 발생하면 전체적으로 심리적 저지선이 돌파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는 게 좋겠다.
자, 여기에서 2016년 당시 국정 긍정률이 25%에서 8%포인트 하락해 17%로 낮아진 바로 직후에는 12%포인트 추가 하락해 5%가 됐다. 보수 성향자 중 긍정률도 5%에 그치면서, 직전 보수 성향자 긍정률 23% 대비 18%포인트 추가 하락한 거다. 지지자 중에서 큰 폭 하락세가 발생할 때 전체 평균도 급락한다는 사실을 잘 알 수가 있다. 결국 마지막까지 지탱해 주던 지지자가 마음을 돌리는 순간이 바로 국정 긍정률 폭락의 티핑포인트가 된다는 거다. 그때가 되면 하락세를 방어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것도 역사적 사실로 확인했다.
국정 긍정률 급락 매커니즘은 단순하다
다시, 이번 윤석열 정부의 국정 수행 평가로 돌아와 보자. 총선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해서 23%-24%-24%로 횡보하고 있는 국정 긍정률을 두고, 여권 내에서 ‘콘크리트 지지층’이 그래도 국민 4분의 1 정도는 된다고 안도하고 있다면 매우 큰 착각이다. 그 이유는 첫째, 살펴본 것처럼 지지자가 다수 분포돼 있는 보수 성향자 중 하락 폭을 감안해야 한다. 둘째, 국정 긍정률 50~60%대에서 10%포인트 하락하는 것과 지금처럼 30%선 언저리에서 발생하는 두 자릿수 하락폭은 충격이 다르다. 전체 평균의 하락세를 보고 보수 성향자가 침묵의 나선을 타고 숨는 경향, 그에 따라 다시 전체 평균이 낮아지는 경향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면 단기간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큰 폭의 하락은 2016년의 촛불 정국 외에도 박근혜 정부 시기 세월호 참사 직후 발생한 급락이 있고, 문재인 정부 시기 조국 전 장관 임명과 철회 과정에서 발생한 하락세가 있다. 모두 전체 평균 두 자릿수 하락세가 발생했다. 다만 촛불 정국과는 달리 다른 두 경우에서는 전체 평균 긍정률이 30%선보다는 높은 40~50%대에서 나타난 현상이라서 두 자릿수 하락 이후 추가 하락을 방어하고 다시 중기적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같이 국정 긍정률이 단기적 하락세를 버티고 반등하기 위해서는 지지자들이 다수 분포하는 계층에서 안정적인 지지세가 유지돼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긍정률은 바로 그와 같은 안정적 지지세를 유지할 수 있는 진지에서 긍정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
추가 하락 방어는 진정성 있는 사과에서부터
국정 긍정률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서 모든 대통령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으로 타오른 촛불시위가 격화되자 사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 발생 후 결국 국민 앞에 사과했다. 다른 대통령에게도 대국민 사과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던 카드였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도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이번 정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라는 단어는 참으로 듣기 어려운 것 같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사과’라는 단어가 처음 나왔다고 일부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말하고 있는데, 국민적 감정 온도는 여전히 차가운 것 같다. 국정 긍정률이 상승 반전했다는 조사 결과를 아직 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대선 당시 김건희 당시 윤석열 후보 부인은 자신의 이력 문제를 언론에서 문제 삼자 2021년 12월 5주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바닥을 치고 있던 윤 후보 지지도가 2022년 1월부터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데 도움이 됐을 수 있겠다. 그 전에도 사과 논란이 있었다. 윤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을 한 후에 사과하라는 여론이 일자, 먹는 사과와 반려견을 한 화면에 담은 사진을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이 됐다. 이른바 ‘개 사과 논란’이었다. 이렇게 지난 사건들을 되씹어 보니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은, 후보 시기에나 당선 이후에나 진정성 있게 나서서 사과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누적된 거부권 행사, 민심을 한계 상황으로
최근 필자에게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어떻게 될지 묻는 분이 여럿 있다. 필자도 궁금하다.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보다는, 열 번의 거부권 행샇와 배우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데 더 능한 ‘상남자’ 대통령의 국정 태도가 국민 다수에게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물었다. 문항의 질문 문구에 ‘현재 공수처와 경찰 수사 중’이라는 점을 알려 주고 특검을 도입해야 하는지 물었는데, 전체 중 57%가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보수 성향자 중에서도 43%는 도입에 찬성했다. 자,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부정 평가를 물었을 때 보수 성향자 중에서 긍정하는 비율이 앞서 39%라고 확인했다. 보수 성향자 중에서 특검법 도입 여론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이슈는 대통령 국정 평가를 누르는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여론이 지금 생겨난 건 아니다. 연초에도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상당했다. 그런데, 만일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혹시 지난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충분히 설명했으니,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도 협조적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채 상병 관련 현안에서는 대통령실이나 여당·야당 모두 민심이 어떤지를 먼저 봐야 한다. 이미 한계 상황까지 차올라 있을 수도 있다.
메타보이스㈜ 이사 (bongshinkim@naver.com)
한국갤럽 자체 ‘데일리오피니언’
○ 2024년 3월 4주: 26~28일 조사
○ 2024년 4월 3주: 16~18일 조사
○ 2024년 4월 4주: 23~25일 조사
○ 2024년 5월 2주: 7~9일 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