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사망사고에 책임이 있는 기업의 책임자만을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시민들의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법이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제정하자는 제안은 노동안전 단체와 더불어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과 세월호참사 유가족 등 재난참사의 유가족들이 함께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위해 국회 안에서 산재피해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을 할 때, 재난참사 유가족들도 기자회견도 하고 국회의원도 압박하면서 함께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데 시민재해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한 사례는 아직 없다.
노동자의 죽음을 무겁게 여기지 않는 사회는 시민들의 죽음도 가볍게 본다. 그동안 발생한 재난 상황에서 국가는 매우 무책임했다. 그 많은 재난의 원인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재발방지대책이 온전히 마련될 수 없었다. 많은 재난참사에서 말단 담당자들만 사법처리 대상이 됐다. 예방과 대응에 책임이 있는 이들은 늘 사법처리에서 빠져나가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권한이 있는 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니 재난이 참사로 이어졌고, 동일한 참사가 반복됐다.
오송지하차도 침수로 인해 14명이 목숨을 잃은 지 10개월째다. 검찰은 참사 발생 9개월이 넘어서야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장을 소환해서 조사했다. 오송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들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폭우가 올 때 하천과 지하차도에 대한 안전조치를 해야 할 책임이 지자체장들에게 있고, 가까운 시기에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참사가 있었던 만큼 지자체들은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야 했다. 그러나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송참사 시민대책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미호천은 좁은 하폭으로 상습침수가 발생하는 곳이었는데 2018년 하폭 확장 계획이 있었으나 집행되지 않았다. 미호천교 증설공사를 하면서 행복청장은 제방 점용허가를 받았지만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제방을 임의로 절개하고 임시제방을 기준치 이하로 낮춰서 쌓았다. 폭우가 예상될 때 제방을 유지하고 보수·관리해야 하며, 지하차도에 통행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재난발생 직후 컨트롤타워로 역할을 하며,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보호하고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이다.
미호강 범람과 지하차도의 침수 위험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며, 집중호우가 계속된 상황에서 재난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그 안일함과 무책임함에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살핀다. 공공시설 관리의 최고책임자인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의거해 처벌받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모든 것을 처벌로 해결할 수는 없다. 오송참사 시민대책위원회가 자체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진상조사보고서를 낸 목적도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원인을 규명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권한이 있는 자들에게 처벌이 없으면 마치 어떤 책임도 없는 것처럼 여기고 재발방지대책도 마련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구조적인 원인을 밝혀도 법적 강제가 없다면 쉽게 무시된다. 이렇게 누적된 위험, 왜곡된 조직문화,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시가 참사로 이어진다. 그래서 더더욱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의 시대, 여름이 오면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다는 뉴스를 또다시 듣게 될 것이다. 그런데 참사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위험이 예측되는데도 정부가 제대로 예방하지 않고 재난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시민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검찰은 오송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오송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