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횡성군청 청사 전경.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횡성지부>

위법하게 기간제 노동자를 쓰고 버리는 강원 횡성군에 노동위원회가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런데 횡성군은 억대 예산을 쓰면서 대법원 소송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지방자치단체에 불이익을 주고 공무직 정원도 줄이는 등 비정규직 정책이 후퇴한 것이 원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간제 노동자 고용을 둘러싼 갈등이 전국 지자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규채용’ 꼼수로 기간제 쓰고 버린 횡성군

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9일 횡성군 소속 기간제 노동자 김아무개씨 등 4명이 신청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 등은 2021년 1~6월 횡성군에 기간제로 채용돼 시설관리 등 업무를 했다. 이들은 매년 채용시험을 보고 1년 단위로 계약했는데, 올해 시험에서 불합격했다. 횡성군은 2023년 12월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며 근로계약을 해지했다. 김씨 등은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횡성군은 1년마다 신규 채용했기 때문에 계속 근로기간이 각 1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기간제법을 회피하려고 했다면 근로기간 2년이 됐을 때 채용에서 배제하거나, 다른 지자체처럼 1월2일부터 근로계약을 하는 꼼수를 썼을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노동위 잇따라 부당해고 인정

지노위는 횡성군의 위법행위를 인정했다. 매년 신규 채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지노위는 형식적 절차라고 지적했다. 지노위는 “근로관계 종료 과정에서 사직서 제출, 업무인수인계 등 실질적 근로관계 종료 조치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지노위는 상시·지속 업무인 점, 근로조건이 다르지 않은 점, 퇴직금을 정산하지 않고 상용근로자처럼 연차유급휴가를 줘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짚었다.

횡성군은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똑같은 부당해고 구제 명령을 받았다. 횡성군 기간제 노동자 6명은 2020년 7~11월부터 2년 넘게 일했지만 김씨와 같은 방식으로 근로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다. 중노위는 이를 부당해고라고 봤다.

횡성군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선 상태다. 내부에서 대법원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하윤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희연)는 “이행강제금 1억8천만원과 소송비용을 감당하면서 기간제 노동자 복직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횡성군 공무직인 강영일 민주연합노조 횡성지부장은 “부당해고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이제는 법률 비용까지 부담시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기간제 갈등, 전국으로 번질까

횡성군만의 갈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놨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윤석열 정부에서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무직 정원을 제한하고 지자체 평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감점 요인으로 보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의 공무직 전환은커녕 기존 공무직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

횡성군 관계자는 “선거철마다 달라지는 정부 사업에 정규직을 고용하기 어렵다”며 “전임 정부에선 정규직 전환을 실적으로 봤지만 현 정부에선 감점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직 퇴직금 적립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른 지자체에서 관련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에서 나쁜 일자리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크다. 강 지부장은 “공무직위원회가 일몰되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군은 행정서비스 사업에 55세 이상 준고령자 위주로 기간제만 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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