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충남도가 지난 3일 ‘24시간 365일 완전 돌봄 실현 공공 최초 주 4일 근무제 도입’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충남도는 ‘주 4일 근무제’에는 강조의 뜻으로 홑따옴표까지 붙였다. 도는 보도자료 4쪽에 “일·육아 병행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해 공공 최초로 사실상의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적었다.

언론은 ‘최초’만 붙어 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관심을 보인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행정기관이 붙인 ‘최초’에 현혹돼 오보 아닌 오보를 내기도 한다. 이번에 충남도가 내민 보도자료는 ‘저출산 극복 대책’이란 좋은 취지에서 나왔다. 보도자료 첫 문장부터 “저출산 극복을 위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24시간 365일 완전 돌봄’을 실현한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나서 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행정기관 보도자료는 꼼꼼하게 읽어야 실체가 보인다. “공공 최초로 사실상의 주 4일 근무제”라는 표현에 단어 하나가 걸린다. 공공기관 최초의 주 4일제라면서 왜 ‘사실상’이라고 사족을 붙였을까. 행정기관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사실상’이란 표현은 “엄밀하게 말하면 (주 4일 근무제가) 아니지만, 그렇게 볼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해야 맞다.

아니나 다를까 눈 맑은 경향신문 기자가 4월4일 12면에 “충남도, 주 1일 재택근무 의무화 … ‘공공 최초 주 4일제’ 자화자찬”이란 제목으로 이를 꼬집었다. 충남도가 내민 건 “0~2세 자녀를 둔 공무원과 도 산하 공공기관 직원에게 주 4일은 출근해 근무하고, 주 1일은 재택 근무시키겠다”는 정도다.

경향신문은 “(이미) 다른 지자체가 시행하는 탄력근무제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재택근무’를 ‘휴무’로 둔갑시켜 과대 포장한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재택근무를 할 때는 일을 거의 안 하지 않나”라고 말했던 김 지사의 회견 발언까지 소개했다. 김 지사는 재택근무 때는 일을 거의 안 한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2018년 경북도는 만 12개월 이하 자녀를 둔 여성 공무원에게 최대 주 4일 재택근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북의 해당 공무원이 일주일에 4일은 재택근무하고 하루만 출근하면, 충남 지사 논리대로라면 ‘주 1일 근무제’가 된다.

이미 많은 지자체가 유아 자녀를 둔 직원에게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데 이번 충남도의 발표도 별 차이가 없다. 주제넘게 ‘주 4일제’라고 갖다 붙이는 바람에 좋은 취지도 희석됐다. 이번 충남도 발표 내용 중에 으뜸은 “육아도 성과로 인정해 육아휴직자에게 A등급 이상의 성과등급을 부여하고 근무성적 평정에서도 가점을 부여한다”는 거다.

충남도는 공공부문에 국한되지 않도록 민간기업도 독려해 “아이 키움 배려 우수 중소기업에 최대 1억원 육아지원금을 지원하겠다”라고 했다. 난데없이 ‘주 4일제’라고 고집하는 바람에 이런 좋은 취지가 다 사라져 버렸다. 충남도의 소탐대실이 아쉽다.

진정한 ‘주 4일제’는 네이버노조(공동성명)가 단협 요구사항에 ‘주 32시간 근무제’를 제시하면서 노사 논의의 첫발을 뗐다.(한겨레 4월 4일 18면, ‘빅테크들 노동시간은 스몰화, 네이버노조 주 32시간 첫 요구’)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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