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산업노동연구> 30권 1호에 게재된 ‘경제법에 의한 프랜차이즈 규율의 한계와 집단적 자치’를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영세 자영업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잠시 회복되는 듯 싶더니 금세 경기침체와 고물가에 따른 매출 부진, 온라인 유통시장의 폭발적 성장, 고금리, 코로나 대출 상환 도래에 따른 원금과 이자부담 등이 누적되면서 소상공인들의 하루하루가 위태하다. 본 글에서는 가맹점주를 중심으로 경제·사회적으로 추락한 자영업자들의 사회안전망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노동기본권 보장 필요성 및 방안을 논의한다.
자영업자의 노동기본권,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나
과거 노동 3권은 임금노동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근래 들어 특수고용직 노조 합법화 이후 플랫폼·프리랜서 등 1인 자영업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논의가 계속 확대한 반면, 임금노동자를 고용하는 가맹점주는 강한 ‘사장님’ 정체성 때문에 노동 3권과는 친화적이지 않다. 국내법은 ‘상거래 계약은 독립자 간 자유로운 의사로 이뤄진다’는 개념하에 프랜차이즈 갈등 개입을 가급적 자제하고 경제법으로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율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2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제정 이후 수십 차례의 개정에도 가맹갈등은 여전하다. 분쟁조정 처리건수는 연평균 500∼700건으로, 2003∼2022년에 1만건 가까이에 이른다.
가맹 분쟁은 주로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에서 기인한다. 프랜차이즈는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 제공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경영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전국 모든 점포들은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표준화는 세세한 매뉴얼과 규율, 질서에 의해 구현된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는 통제와 결합돼 가맹관계는 지배종속관계로 자리 잡는다. 그렇게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는 ‘가맹점 통제에 거의 완벽하게 뛰어난’(Rubin, 1978)1) 프랜차이즈와 조응한다. 가맹본부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가맹점에 불공정한 수익구조를 강요하고 부담·비용을 떠넘길 때 갈등은 악화된다. 가맹본부는 필수품목을 일방적으로 지정하고, 과도한 차액가맹금(유통마진)을 수취함으로써 손쉽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한 외식업 점포로부터 벌어들인 2022년 연평균 차액가맹금은 2천800만원에 이른다. 차액가맹금은 어떤 품목에 얼마만큼의 마진이 포함됐는지, 심지어 점주들이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한 채 수취되기 때문에 ‘숨은 로열티’로 불린다. 2017년 점주들의 74%가 물품대금에 차액가맹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제법에 의한 프랜차이즈 규율의 한계
2010년대 초 편의점주가 잇따라 목숨을 끊으며 사회적으로 문제화되자, 2013년 가맹사업법이 개정돼 점주들도 단체를 구성해 가맹본부와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점주들에게 교섭으로 합리적인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도록 교섭권한을 인정한 것(김홍석, 2017)2)으로써, 종래 노동법에서 인정된 ‘집단적 자치’의 원리를 가맹사업에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수현, 2019)3). 그러나 그 내용은 가맹사업법 14조의2(가맹점사업자단체의 거래조건 변경 협의 등)에 5개 항으로만 구성돼 있을 뿐, 점주들의 노동권 확보와는 터무니없이 멀다. 점주단체의 법적 성격 및 행정 관리기관 등 기본적 사항조차 부재해 점주단체는 스스로의 존재 증명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을 드러낼 경우 가맹계약 해지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맹본부가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가맹점주는 어떤 자위수단을 취할 수 있고 가맹본부는 어떤 제재를 받는지, 협약의 성격은 무엇이고 체결내용은 누구까지 적용되는지, 체결협약 불이행시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규정도 물론 없다. 단지 점주들은 단체를 구성해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때 가맹본부는 다수단체와 성실하게 협의에 응하고, 점주단체 구성·가입·활동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게 법조항의 전부다.
미비한 경제법은 현실에서 프랜차이즈 문제를 규율하지 못하고 미끄러져 실효성이 탈각됐다. 점주단체 활동 및 협상과 관한 분쟁사례들을 살펴 보면 가맹갈등은 산업사회 초기 노사갈등과 흡사하게 오버랩된다. 점주단체 결성시 가맹본부는 대형로펌을 앞세워 업무방해 및 수억 원 규모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고 가맹계약을 해지해 점주단체는 와해되기 십상이다. 단체결성 뒤에는 가맹본부에 우호적인 제2단체 결성 지원 및 부당개입으로 단체의 대표성이 배제되거나 복수단체 간 조직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협상요청에 대해서는 가맹본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제2단체와 진행함으로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어렵사리 협약에 이르더라도 불이행에 따른 법적 제재가 없어 약속은 번번이 번복되고 결국 분쟁으로 치닫는다. 교섭력의 균형을 달성해 불공정이 발생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권오성, 2018)4)를 갖고 신설된 가맹사업법 제14조의2는 이렇게 형해화됐다. 점주들은 “100년 전 노동관계법 수준”으로 평가하며, ‘노동 3권과 유사한 공정 3권’ 제정을 목표로 법 개정에 힘을 모으고 있다.
점주들의 실질적인 집단적 권리확보를 위해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로 인한 불공정거래를 줄이기 위한 법·제도적 논의는 크게 두 개 범주로 대별된다. 현행 가맹사업법 개정·보완을 통해 빈틈을 조금 더 메우던지, 아니면 가맹관계에도 노동법을 적용해 자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5) 가맹사업법을 ‘고쳐 쓰는’ 데는 여러 딜레마가 존재한다. 앞으로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다 포괄해 규율하는 것이 가능하겠는지, 점주들의 충분한 집단적 권리 실현이 가능한지, 법개정 노력에 비해 법적 실효성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 중요한 고려요소다. 그렇다고 점주에 대한 노동법 적용을 논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논의가 숙성되지 않았다.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당사자들이 균등한 협상력을 갖고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틀을 만드는 것이다. 그 필요성 및 수용성에 동의를 할 수 있다면 가맹사업법 보완이든, 특별법 제정이든, 또는 노동법 안으로의 편입이든 접근방식은 한걸음 진척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점주단체를 수평적 관계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자세, 가맹점-가맹본부 간 정기적 대화를 통한 인식공유 및 상호신뢰 구축, 종속적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제도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요구된다.
각주
1) Rubin, Paul H. 1978. “The Theory of the Firm and the Structure of the Franchise Contract”. The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21(1): 223-33.
2) 김홍석. 2017. 『알기 쉬운 프랜차이즈 가맹사업거래법의 이해』. 화산미디어.
3) 고수현. 2019.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사회법연구』 39: 443-511.
4) 권오성. 2018. “가맹점사업자단체에 관한 소고”. 『중앙법학』 20(3): 313-338.
5) 각론으로 들어가면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전자의 경우 현행 프랜차이즈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수취구조 및 필수물품 개선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후자의 경우 노조법상 노동자성이 인정된 가맹점주 단체에만 노동 3권을 부여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 노동법 적용 지양,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 등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