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야당이 다수 의석을 가졌지만 22대 국회에서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리보장 입법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 21대 국회도 야당이 다수의석이었지만 대통령 거부권으로 무산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제외하고 의미 있는 노동 입법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노동조합 바깥에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 제도의 변화만으로도 권리가 조금은 진전되기도 하며, 제도를 바꿈으로써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하는 데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법제를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일은 필요하고, 노동자들은 계속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선거 시기에 노동문제는 중요한 쟁점이 아니었다. ‘심판’을 이야기하는 선거에서 정작 왜 심판해야 하는지, 심판 이후에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지는 이야기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노동의 불안정성이 삶의 불안정함으로 다가오는 시대, 이제는 불안정노동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 그래서 22대 국회가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중요한 입법과제로 삼기를 바라며 그와 관련한 입법방향 몇 가지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불안정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정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정체성을 갖고 단결해 스스로 권리를 찾는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에서 사용자를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한 것은 ‘원청의 책임 인정’만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등 고용형태가 복잡하고 고용관계가 은폐돼 있다 하더라도 불안정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이가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안정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두 번째는 제도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이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기업의 지불능력을 이유로, 가사노동자들은 ‘개인고용’을 이유로 근로기준법에서 제외돼 있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제외돼 있다. 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돼 있다. 플랫폼·프리랜서를 포함한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최저임금과 사회보험 전면적용이 필요하다. ‘초단시간’이라는 이름으로 근로기준법 등 일부 적용에서 제외된 문제도 있다. 노동조건이 열악해서 더 많이 보호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오히려 권리에서 배제하는 현행 노동법은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세 번째는 불안정노동을 정당화하는 법을 없애는 것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노동자들을 손쉽게 교체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쿠팡물류센터는 이 법을 이용해 재계약 혹은 무기계약 전환시에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걸러 낸다.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장치가 되는 것이다. 기간제 ‘기간제한’이 아니라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도 마찬가지다. 간접고용을 정당화한 이 법안으로 인해 파견·용역·사내하청·도급 등 여러 간접고용이 확대됐다. 직접고용 원칙을 훼손한 파견법을 없애야 한다. 취업기회 제공과 인력 수급의 필요성은 파견법이 아닌 직업안정법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네 번째, ‘모든 노동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노동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복잡해졌고 임금과 노동시간, 노동통제 방식이 달라지면서 지금의 노동법은 많은 이들에게 의미 없는 법이 됐다. 노동법이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려면 달라진 노동형태에 따라 새롭게 구성돼야 한다.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권리의 일부만 적용되는 법을 섣불리 만들기보다는 기존 노동법의 적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보장되도록 노동법을 새로 구성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22대 국회가 자발적으로 불안정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투쟁하지 않으면 국회는 이것을 자신의 과제로 인식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 입법방향으로 제안했지만 이 이야기는 결국 불안정 노동자들 스스로가 이런 과제에 어떻게 목소리를 내 것인지를 이야기해 보자고 제안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work21@jinb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