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은 경기도에서도 면적이 그리 넓지 않은 도시다. 그러나 80만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일과 생활을 하는 도시다. 서울과 인천의 경계에 있는 만큼 도시를 넘나들며 일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름을 알만한 대기업은 많지 않지만, 규모가 작은 사업장도 전국 그 어느 곳 못지않게 많다. 50명 미만이 전체 사업장의 99.2%를 차지한다.
자본이 취약하니 복지제도는 사실상 전무하다. 시급으로 계산되는 임금은 최저임금을 넘는 경우를 찾기 어렵고, 그렇게 길게 일하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기에 노동시간도 길다. 잘리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권리 보호를 위한 기반이 취약하다. 노동조합 같은 권리보호를 위한 수단이 없거나 극도로 취약하다.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생기면 관리자에게 개별적으로 제기하거나 그냥 참는다. 참다가 힘들면 그만두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다.
올해는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개소 12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수천 건의 상담전화를 받았고,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것저것 안간힘을 썼다고 자부하지만 노동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까? 날이 갈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그 고민을 같이 풀어보고자 지역의 활동가들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십수 년 전 비정규직 화두를 던지면서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를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드는 노동공제’를 화두로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연결되고, 작게나마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싶다는 고민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노동공제연합 풀빵의 도움을 받아 두 차례 ‘노동공제교실’도 개최하고, 먼저 고민한 지역 관계자도 초청해서 고민을 들어봤다. 센터의 정책연구 사업과 연결해 ‘노동공제회’의 필요성을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도 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고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준비를 같이하는 이들은 이미 지역에서 2중 3중의 역할을 하느라 바쁜 활동가들이었고, 진척은 생각보다 더뎠다.
드디어 첫발을 떼었다.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3월23일 ‘부천지역 노동공제회-일하는사람들과 “함께”’의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9명의 임원을 포함한 30여명의 소중한 마음을 기둥삼아 출발을 했다.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는 노동자들이 나눔과 연대의 기치로 서로를 돕는, 공제의 정신을 품은 지역노동공동체를 지향하고자 한다. ‘노동공제연합 풀빵’의 기본공제를 바탕으로 부천지역사회의 다양한 사람들과 자원을 연결시켜 볼 생각이다. 취지에 공감하는 병원, 약국, 학원, 마을공동체 공간, 기관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설과 추석에 회원들에게 선물도 나눌 것이고, 소액대출사업도 장기적으로는 추진해 볼 계획이다. 노동단체로서 취약노동자 지원이나 정책연구, 교육, 노동자 동아리 활성화 등 문화활동에 대한 고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는 부천지역을 중심으로 거주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나에게도 아는 변호사, 아는 노무사, 아는 세무사, 아는 의사가 생깁니다” “함께”하면 힘이 됩니다. “함께”하면 든든합니다. 우리가 내세우는 이 말들이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줄기 숨구멍이 되면 좋겠다. 꼭 성공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