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디어 내일이다. 이 나라가 떠들썩했던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이 마침내 내일로 다가왔다. 이미 30% 넘게 사전투표를 한 상태여서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국민을 상대로 여야당의 후보들은 자신들에게 투표하라고 목이 쉬도록 외쳐대고 있다. 이번 총선에 이 나라 노동운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조직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총선 전략을 찾아봤다. 양대 노총 모두가 주요 정책 요구에 대해서 각 정당의 답변 등을 통해 여야 정당별로 조합원들이 비교해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서 이번 총선에서 조합원들에게 노동자를 위하는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한 것이겠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칼럼에서 민주노총에 관해서 살펴봤다. 오늘은 한국노총에 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홈페이지를 열어보니, “여러분의 한표가 대한민국의 노동을 바꿉니다”, “한국노총 노동전략후보 & 출신후보에 투표하세요!”의 제목으로 조합원에게 총선 방침을 알리고 있다.
2. 임시대의원대회의 결의를 통해서 한국노총이 각 회원조합에 공지해 실천하도록 한 총선 방침은, “우리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서, 노동정책의 후퇴를 저지하고 반노동정당을 심판하기 위한 전 조직적 실천과 투쟁을 전개”하고, “친노동후보 다수 당선을 통해 노동중심성 회복과 정치적 영향력 강화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총선 방침을 통해서 보면, 한국노총은 이번 총선에서 반노동정책을 심판하고 친노동후보 당선을 위해 실천하고 조합원들에게 투표하도록 활동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총선 방침을 안내하고 있는 홈페이지에 ‘7대 정책요구에 대한 각 정당 답변’을 게재해 놓았다. 그 7대 정책요구에는 첫째, ‘5명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등 사회연대입법 법제화, 둘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재추진, 셋째,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넷째, 주 4일제 도입 및 장시간 압축 노동 근절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지난주에 이 칼럼에서 살폈던 민주노총이 했던 정책 질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요구에 관해서 더불어민주당 등은 동의 및 공약화 입장인데 반해,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국노총은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은 사회연대입법 법제화에 관해서는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결과를 토대로 반영하겠다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65세 정년연장 법제화는 노사합의를 통한 계속고용제도 활성화(안)을 제시하고 법제화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 4일제 도입에 관해서 경사노위 결과를 반영해 입법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재추진에 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부의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은 당연히 반대 입장이다. 이렇게 한국노총이 밝힌 ‘7대 정책요구에 대한 각 정당 답변’에서 오늘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주요 노동정책에 관한 각 정당 입장을 살펴보면, 민주당 등은 동의 및 공약화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동의 및 공약화에 소극적이거나 입법 등 정책에 반대 입장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국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총선 방침에 따르면, “노동정책의 후퇴를 저지하고 반노동정당을 심판하기” 위해서 이번 총선에서 조합원에게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친노동후보 다수 당선”을 위해 민주당 등의 후보들에게 투표하라고 “전 조직적 실천과 투쟁을 전개”해야 마땅했다. 주요 노동정책별로 더 자세히 살펴보자.
사회연대입법의 하나로 한국노총은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서 5명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적용 예외를 없애라고 요구한다. 근로기준법은 국가가 근로기준의 최저 기준을 정해서 근로조건이 열악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32조에서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고(1항), 국가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3항), 근로기준법이 제정, 시행돼왔던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이 나라에서는 보다 열악한 처지에 있는 5명 미만 사업장에 적용 예외를 규정해서 그 소속 근로자 보호를 외면해 왔다. 그래서 한국노총, 민주노총을 포함해서 5명 미만 사업장에게도 적용 예외 없이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이다. 5명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도 5명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것이라고 본다면, 마땅히 근로기준법은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하는 것이니, 이에 대한 요구에 각 정당이 동의하고 공약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결과를 토대로 반영하겠다며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니 이 나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활동하는 노동조합이라면 이번 총선에서 감히 조합원들에게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세요’할 수는 없는 것일 것이다.
노란봉투법, 즉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내용은 사용자 개념 확대 등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노조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제한하기 위한 것인데, 21대 국회에서 의결된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고 말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3조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1항). 이에 따라 노조법, 즉 노조법을 통해서 근로자가 노조를 조직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고 쟁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1조 목적), 문제는 이 노조법이 이 나라에서 노동자가 노조로 단결해서 단체교섭하고 파업 등 단체행동할 자유는 원칙적으로 제한·금지하고 있다. 노조법 1조부터 마지막 조문까지 읽고나면, 도무지 이 나라에서 노동자에게 단결해서 교섭과 파업 등 단체행동할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주체·목적·시기와 절차·수단과 방법 등의 규제에 따르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노동자에게 허용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노조법의 전면적 개폐를 통해서 헌법의 노동기본권, 노동자의 자유를 보장하는데까지 나아간 것도 아니다. 그저 사용자 개념 확대 등 극히 일부만 개정하는 것에 불과한데, “이에 대해 국민의힘을 제외한 5개 정당은 ‘동의 및 공약화’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국노총은 ‘7대 정책요구에대한 각 정당 답변’의 게재를 통해서 밝혔지만, 이마저도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권의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은 반대하고 있는 것이니,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유를 위해 나아가야 하는 노동조합으로서 한국노총은 조합원에게 결코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세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65세 정년연장 법제화와 주 4일제 도입에 관해서도 국민의힘은 노사합의, 경사노위 논의 결과 운운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등은 동의하고 공약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라고 한국노총은 밝히고 있다. 여기서도 한국노총은 조합원들에게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하세요’할 수 없을 것이다.
3. 이상과 같이 주요 노동정책에 대한 각 정당 입장을 통해서 한국노총이 이번 총선에서 조합원들에게 어떤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하고 어떤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인지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번 총선에서 한국노총은 노동전략후보 외에도 한국노총 출신후보에도 ‘투표하세요’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노총 노동전략후보에는 민주당과 녹색정의당, 그리고 진보당 소속 후보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정당은 앞에서 본 것처럼 한국노총이 이번 총선에서 정책 요구에 동의하고 공약화하겠다는 입장이라서 조합원들에게 ‘투표하세요’할 만하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한국노총은 한국노총 출신후보에 ‘투표하세요’하고 있다. 여기에는 김영주, 김형동, 임이자 등 국민의힘 후보에 김위상 국민의미래 후보까지 포함돼 있다. 앞에서 본 것처럼 국민의힘은 한국노총의 주요 노동정책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의 입장에 따라 적극 활동해 왔다. 그런데도 한국노총은 조합원들에게 이들에 ‘투표하세요’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나는 어리둥절하다. 혹시 이들 후보들에게 한국노총이 당의 입장과는 달리 행동하겠다는 비밀약속이라도 받아두기라도 한 것일까. 노동정책에 대한 입장을 떠나서 한국노총 출신이기에 조합원들에게 ‘투표하세요’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어떻게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노동조합의 총선 방침이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런 식이라면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에게 ‘지지하세요’해야 하지 않을까.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